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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탕

jaye syo 2011. 6. 9. 02:18

고려대 의대생들의 추져분한 사태에서 우리사회의 윤리의식의 근본적인 병리현상을 본다

이미 기품있는 우리의 의식주문화에서도 끝도 없는 추락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낙조의 황홀경에 홀려서 그만 저녁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한참을 헤메다가 눈에 띤 큰길가의 대형식당에 들어서서 도가니탕을 주문하였다

순전히 성북동의 도가니탕을 연상하며 시킨것인데 그 차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갖잡은 소의 힘줄로 잘 우려내서 깨끗하게 끓여내는 성북동의 도가니탕은

별다른 양념이 없이도 잡맛이 나질 않으면서 뒷맛이 고소한 여운을 남기는 명가의 음식이다

좋은 품질의 한우의 맛이지만 원산지 표기는 호주산이란다

냉동으로 들여온 것일진대 도가니의 모양새가 갖잡은 것처럼 색이 희고 먈갛다

갈비탕 설렁탕 역시 국물이 깨끗하고 맛이 일품이다

소문난 낙원동 하늬소의 갈비탕보다도 윗길이라서 비교적 자주 찾는다

 

오늘의 섣부른 선택은 아침에 노란망고 한개만 먹고 나선 길이라서 출출했고

시골 외진곳에 터를 잡으신 초면의 이선생님의 배려로 허기를 속인 것이 전부인 긴 하루의 부실한 식사가 부른 실책이었다

말로만 듣던 프림을 탄 허연 국물에 너무도 오랜기간 냉동창고에서 묵고 묵은 핏발이 살짝 도는

폐기처분 일보직전의, 좋게 말해 잘 숙성된 도가니를

우려내는 절차도 없이 우격다짐으로 고아낸 것이었다

넓은 식당안의 손님들은 군말없이 맛있게 먹고있다

모처럼의 외식은 정말 난감할때가 종종 있지만 이건 너무 심하게 걸려든 꼴이다

 

"모든 사람은 먹고 마시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다"라는 중용의 말이 의미있게 떠오른다

그 어렵다는 의학을 6년동안 함께 공부하였다는 저 파렴치한 고대생이나

으리떵떵 크게 식당을 차려놓고 손님에게 정말 형편없는 음식을 내놓는 식당주인이나

치욕적인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을 두둔하는 고려대학이나

맛도 모르고 생각없이 먹어대는 손님이나

식탐에 눈깔이 삔, 별반 다를게 없는 나나 ......

 

우리강산 자연경관의 수수한 아름다움에 취해 감탄을 자아냈던 하루의 결말이 허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