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나를 알아주는 것은 오직 하늘뿐!
주유천하를 하시던 공자님은 뜻을 이루지 못함을 자탄하시며 독백하셨지요
일평생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얻는다는 것처럼 기쁜일은 없을 겁니다
하늘님만이 나를 알아주신다!
아 그래서 종교란 것이 극성을 부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대에 늙은 부부가 등장하지요
철거직전의 낡은 한옥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들은 실종되고 손자는 살림이 어려워 할아버지를 모시지 못합니다
철거반이 나오고
동내반장이 나오고
관광객이 나오고
행려인이 나오고
철거전날 찾아온 손자며느리를 달래보내고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는 요양원을 향합니다
실종된 아들을 기다리다 죽은 마누라의 혼령과도 작별을 하고 ....
할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은 오직 할머니밖에 없습니다
또 할머니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역시 할버지밖에 없군요
모든 인간은 진정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느라 그 번거로운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무대에 설정된 부부지만 저러한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선망일지도 모릅니다
연극이 끝나갈무렵 여기저기서 훌쩍거림의 서러움이 극도의 자제를 비집고 뜨거운 눈물과 함께 새어나옵니다
장민호선생님은 절제된 동선으로 그야말로 농익은 연기를 펼치시더군요
그렇게 오래도록 함께 살았건만 마누라는 나를 몰라주고 나는 또 마누라를 모르고.....
거개의 부부들은 남편은 아내를 모르고 아내는 남편을 모르고를 한탄하며 인고하고......
관객의 눈물은 어찌보면 스스로의 내면의 서러움이 북받쳐 절로 흘렀을 겁니다
저 서러운 세월을 어찌 감당할꼬 속으로 좌절하며 순간이나마 남아있는 창창한 앞날을 회색으로 덧칠해 보았겠지요
아 나를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음이지요
장민호선생님은 87세의 고령임에도 무대에서의 신들린 연기는 완벽을 넘어서는 경지였습니다
또 무대가 대단히 잘 만들어졌어요
소품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기울였군요
88년도에 세종문화회관에 올려졌던 라 스칼라극장의 무대를 경이의 눈길로 흠상하였었는데
실로 그에 못지않은 섬세함을 이 연극의 무대에서 보았습니다
연극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꼭 봐야만할 품격있는 작품입니다
소극장에서는 가오싱젠을 만나기도 하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