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는 음악으로 인간의 감정표현을 하늘만큼이나 포근하게 나타내었다
겟다의 감미로운 음성이 울려퍼지는 이 시간 내님의 고운 모습을 떠올리며
상암에서 거행되는 친구 아들 혼인식 참례를 준비하고 있다
예쁜부인을 두고 바람을 피웠지
아마 호탕한 팔스타프의 독백이었는지 몰라
기억이 너무 오래되었거든
매음굴에 너무도 매혹적인 창녀였나봐
"정욕을 가는 숫돌같은 년!"
원문이야 어찌되었든둥
우리말 번역은 정말 충격이었다니까?
부인은 남편이 숫돌같은 년에게 홀리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지
그 친구가 포천 어딘가에서 객사하고
황사가 가득하다
하필 혼인식이 있는 날
그의 혼령이 심술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만
지극정성을 다한 숫돌녀에게 등돌림 당하고
예쁜마누라에게 차마 되돌아 갈 수 없어
행려의 귀신이 되고 말았으니
날씨인들 온전하랴
여보게 부디 깊이 잠드시게
내 오늘 하늘의 축복을 내려줌세
삼손이 데릴라의 음성에 무너지듯
귀에 남은 그대 음성에
천둥비 내리던 밤
꿈속에서도 헤메었다오
겟다가 부르는 비제의 아리아는
내 혼을 흔드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