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가야금 "봄을 노래하다"
최옥삼류 가야금산조를 맛이라도 보려고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빗길을 마다않고 길을 나섰지요
공연시간에 늦지않으려면 택시를 타야했습니다
머리가 하얀 반백의 기사분은 유쾌한 표정입니다
"마흔셋에 머리가 이렇게 하예지더니 지금 육십인데 그대로 변하지도 않으면서 이 모양이지요"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마음을 바꿨습니다. 다 버리기로 하였지요. 그랬더니 얼굴까지 편안하게 변하더군요"
"큰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제가 오늘 도인을 만났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주문에 냅다 달려주신 덕으로 넉넉하게 도착하여 비교적 앞좌석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현경채선생께서 정유경의 가야금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명쾌한 설명으로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잘 아시겠지만 국악방송에서 진행을 맡고 계시지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하였습니다
겨우 이 사진 한장밖에 또 저지당할까봐 정유경의 연주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하였으니까요
예전에 김해숙선생의 산조를 음향시설이없는 지근한 거리에서 미세한 농현조차 흘림없이 귀에 담아 본 경험은 어떠한 감동보다 컸었지요
정유경 명인의 가야금은 그 경지가 그윽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18현 가야금, 25현 가야금을 12현 가야금 못지않게 맛을 살려내는 솜씨가 탁월하였어요
하지만 귀에 익숙한 것이 12현인지라 누가 뭐래도 심금을 울리는 듯한 따스한 음색은 개량 가야금이 도저히 따라오지못할 거라 생각됩니다
사회자 현경채선생은 최옥삼류 산조를 제대로 즐기려면 농현을 잘 음미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농현의 현현이란 것이 결코 쉬운게 아니지요
아 실로 오랜만에 산조에 풍덩 빠졌습니다
너무 짧게 압축하여 깊은 침잠의 틈을 앗아간 것이 흠이었어요
정유경 명인의 산조는 감기고 풀고 들뜨고 가라앉고 호소하고 후벼파고 감정을 콕 찌르다가 도망가기를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튕겨졌습니다
아 그 농현의 맛은 그 깊이를 혜량치못할 지경이었습니다
온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볼 기회가 있으려나?
일본의 원자로사고가 무섭긴 합니다
방사능 비를 맞지말라는 경고 아닌 경고가 휴일임에도 거리를 텅 비게 만들었어요
용감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풍경은 날마다 달라지고 있어요
처연합니다
다정하지요?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으려면 저 접힌 우산을 폈어야하는데...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선생님 비 맞지 마셔요
휴일 잘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