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된 일입니다
시골 파출소에 깐깐한 소장이 부임하였지요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파출소 직원들은 하나같이 새로 부임한 소장을 뒷구녕에서 욕지거리와 함께 씹어댔습니다
일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불호령이 떨어졌으니까요
전에는 진술서 따위도 대충 격식만 갖추면 다 통하던 것들이
이제는 작은 미비점만 발견되어도 꼬투리를 잡아 다시 작성하라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육하원칙에 딱 들어맞게 각종조서를 받아내라는 엄명이었습니다
조용하고 안일하던 시골 파출소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겁니다
육개월이 지나고 일년이 다 지나갈무렵 그 깐깐한 소장밑에서 욕지거리로 일관하며 버텨내던 신참 순경은
어느날 야간순찰을 돌다가 뜬금없이 "우리 소장님 참 존경스럽다"는 말을 하여 내심 놀랐지요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아니꼽고 드러워서 못해먹겠다"던 쫄따구 순경 입에서 존경스럽다는 말이 가당키나 하겠어요?
근무규정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혼을 내고
각종 근무일지며 조서를 꾸미는 일까지 조목조목 지적을 해대는데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더라는 것이었어요
그래도 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소장의 요구대로 적응을 해나갔다나요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원칙에 위배되지않는 경찰업무를 착실하게 수행하게 되었고
고소장작성이며 범죄인들의 진술서 등등 본서로 올라가는 서류들이 거의 완벽하게 작성되어 본서로부터 칭찬을 받았다는 군요
"처음에 소장님이 부임하여 사사건건 잔소리에 어찌나 트집을 잡아대던지 정말 때려치우고 싶더라니까요
그런데 제가 대외적으로 실수를 한적이 있어서 불호령이 떨어질줄 알고 잔뜩 쫄아있는데 오히려 감싸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비로서 소장님이 속은 따뜻한 분이라는 걸 눈치챘지요
욕도 무지 많이 해댔는데 소장님 덕분에 일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참 좋으신 분입니다"
서남표총장은 모든 학생들이 정말 실력을 쌓아 이 사회에서 훌륭한 사람들이 되라는 뜻으로 가멸차게 몰아부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란 스스로 해야만 성과가 정확하게 나타나고 성취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다져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수신이란 남에게 요구해서도 아니되고 또 남이 내게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무한경쟁은 효율적인 면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사회구성원의 필수인 인성을 기르는 데는 부적절하지요
성적이 뒤쳐진다고 "힘내라" 격려는 못할망정 페널티라니 참 무정한 사태입니다
완정한 인성과 인격의 소유자라 칭송받는 대학총장의 관용이 시골 파출소 소장만도 못하다면 문제가 있지요
신문기사에서 표현한대로 "목련은 팝콘처럼 핀다"더니 .......
살구꽃도 질세라 활짝 피어났어요
낮달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