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안에 지어놓은 절간이라는게 어디 온전한 것이 있으랴
근 40여년만에 보는 일주문은 자세히 보니 시멘트 기둥구조에 사각틀을 견고하게 만들고 그위에 목조 공포며 지붕을 얹었다
처마의 휘어짐 하며 용마루의 꺼짐이 드러날 정도이니 육안으로라도 쉽게 날림공사였음이 드러난다
목재가 귀해서였을까 아니면 견고성을 고려해서였을까?
현판이 멀리 보이는 대웅전 역시 시멘트기둥위에 지붕을 얹었다
고풍스런 절간의 모습이 절대로 아니다
개나리도 피고 목련도 피고 매화도 피었건만 체감온도는 한겨울이다
인간의 기도는 과연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부여에 갔을때 백제의 세충신을 모신 사당을 가리키며 시멘트건물로는 손꼽히는 수작이라던 설명에 살펴본 기억이 난다
종각 역시 시멘트로 아주 잘 지어놓았다
기계에 의한 오차없이 다듬어진 선 때문인지 전체 모양이 날카롭다
경건함보다 사람의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느낌이다
맑은날 목련은 불순한 일기에 필까 말까 망설이고
휴일임에도 절간마당은 한가롭기가 이와같다
내가 설법을 들었을 때만해도 이 넓은 강당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었는데.....
무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선동렬의 신화를 일깨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PR 시대라지만 음식점 화장실 벽면에 떡허니 붙여놓아서 ......
교육생들이 붐비던 연병장이며 막사가 자취를 감추고
고작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달랑 무각사 허름한 절간
각별한 인연의 최종하 일병이 근무하던 동물원이 저쯤에 있었고......
안식眼識의 귀천貴賤이란게 잘생겼다 못생겼다 예쁘다 밉다에 그치는 것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그대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