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봄여름가을겨울

jaye syo 2010. 7. 26. 19:00

리허설장면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음향조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스가 풍겨나와 이들의 본공연을 감상하였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유명짜한 그룹으로 이미 명성을 날린지 오래더군요

 

전봇대에 늘어진 전선줄을 보면 거미줄을 보는 것 같아요

결국 인간의 명을 옥죄는 그물망처럼 보입니다

 

저 구름이 비가 되어 공연장을 덮쳤습니다

사회자는 근사한 말로 비를 피해 이탈하려는 사람들을 붙들어 앉히는군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노래패들이 먼저 무대에 올라 불을 당깁니다

이들은 한껏 멋을 부려보지만 온갖 소리의 호사에 물든 내귀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

약간의 실망은 곧 이어진 봄여름가을겨울의 연주로 인해 싹 씻기었습니다

또 백거이의 비파행이 참 절절한 것이었구나 웃음이 절로납니다

 

장안에서 풍류를 즐기며 벼슬을 하던 백거이는 윗사람에게 미움을 사서 지방오지로 쫓겨나 견딜 수 없는 적적한 생활을 할때

먼곳에서 절친한 지인이 찾아와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그를 보내는 이별의 마당에 차마 쉽사리 보내기 아쉬워

저녁무렵까지 술잔을 기울이다가 이별 장소인 강가에 이르러 배에 올라 마지막 석별의 술잔을 기울이며 가무가 없음을 한탄하는데

은은하게 들리는 피파소리에 놀라 배를 저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이 한적한 강상에서 이토록 멋진 연주를 하는 이가 누구요?

백번 천번을 부르고 불러 통사정하여 다시금 연주를 청하면서 자신의 신세타령을 곁들이며 

편벽한 지방이라지만 어찌 가무가 없겠냐만 꾀꼬리의 지저귐을 듣다가 잡새들의 울음소리뿐이라서 들어줄 수가 없었는데

비로서 장안의 가락을 듣게 되다니 너무도 감격하여 찾아왔다고 연주를 간곡하게 부탁하지요

 

80분간의 공연라는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솔솔 비를 맞으며 경이로운 연주에 푹 빠져 .....

모든 것이 멈춰버린 기분이었습니다

 

가창력이란 것이 악바리처럼 악만 쓰는 것이 아니라 호소력이 곁들여져야하고 음색에서 내공이 울어나야하고

또 걸맞는 기교가 한음절 한음절 찰지게 구사되어야 창자와 청자와의 깊이있는 교감이 형성되는 것인데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아름다운 밤이란 이런 것이었나 봐요

서티원 아이스크림가게에 느긋이 앉아 차갑고 달콤한 맛을 봅니다

무정한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