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하얀리본

jaye syo 2010. 7. 10. 01:09

역시 종교라는 신적인 의무는 엄청난 중압감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전혀 불필요한 신앙일지도 모르겠다

특정한 마을이 아닌 어떠한 마을에도 몰염치한 사람은 꼭 있게 마련이고

그 뻔뻔한 사람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싫어하는 존재로서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의 시작에서 사고를 당하는 마을 의사와

옆집에 사는 40대 과부와의 불륜이 아마도 아이들의 눈에 꼴불견으로 비쳤을 것은 너무도 뻔하고

말타기를 좋아하는 의사를 골탕 먹이려고 수단을 강구하는 것 역시 내 어린시절을 회고하여도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클라라와 마르틴의 아버지인 목사가 바라는 아이들의 순수란 무엇일까?

굳건하게 믿어 온 자신만의 신앙을 인간의 윤리로 둔갑시켜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권위로써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독일의 종교의 몰락을 이미 예고하는 듯한 전위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영혼의 순수를 뜻하는 하얀리본을 아이들의 팔에 달아주고 솔직함을 요구하지만

아이들의 순결한 영혼의 행동은 어른들의 불순에 대한 응징으로 위험천만하게 전개되고 또 흐지부지 넘어가고

우연한 사고와 맞물려 마을은 긴장의 연속으로 추수의 즐거운 축제마져도 불안하다

 

자신의 아이들이 연루되어있다는 것을 확증이 아닌 막연한 감으로 인식한 목사와

아니 어쩌면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으로서 응당 응징해야 마땅할 저 몰염치한 사람들에 대한

아이들의 응징이 오히려 아이들을 보호해야할 비틀어진 의무가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행동이 어딘지 수상쩍어 아이들을 다그치는 선생님과의 논쟁에서

인간의 법률이나 종교적인 신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파렴치한 어른들의 불륜에 대한

아이들의 잔혹한 응징을 덮어주고픈 목사의 그릇된 판단이 훗날 나치의 순혈주의를 잉태하게 한 하나의 상징은 아닐까? 

 

영화는 내내 우울하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아이들의 연기가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