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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도

jaye syo 2010. 6. 4. 23:08

한양을 오가던 꺽정이도 빌었을까?

어제의 아낙은 이미 보살님이 되었으련만

무엇이 남아

천년을 빌고 있을까?

 

영험하단 풍문에

무당들이 몰려들어

떡이며 산적이며

육포에 돼지머리

오곡에 오채

곡차향 진동하는

진득한 전내기에

바리바리 별여놓고

징치고 바라치고

 

용암사 스님은

소리없이 찾아드는

무당년 감시하랴

시시때때 오르락 내리락

저 불사비석에는

무당년 지칭하는

신녀 아무개가

신당을 지은 것이

절간의 초석이라 했구마

하루를 빌든 천년을 빌든

 

석수쟁이 왕서방은

염원이야 있으랴만

무념무상 공염불

무수히 읊조리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징날을 세웠겠지

민초의 앞 날 걱정

쇠불알만큼이나 했을까나?

두 손 모은 저 석불

오로지 천년

빌고 싶어 빌었겠나

 

오라를 든 것 보니

미륵은 고사하고

저승사자 분명코나

사악한 인간 징벌하고

선한 인간 복주십사

왕서방의 발원인걸

그 뉘라 알았으랴

내말을 거역하면

다 잡아 가겠다아 ~

징을 쪼는 눈매에는

엄포가 서렸구나

 

천년을 빌어봐야

만날 공염불

무당년이나 빌어먹게 놔둘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