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는 우리시대에 가장 평범한 할머니일지도 모른다
미자가 바라보는 이 시대는 이미 반성을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넘쳐나는
이미 중대한 범죄에 연루된 손자를 대속하여 지신을 목숨마져 버려야하는.....
미자는 가슴이 멍들고 속시끄러운 세대로 이행되는 시기의 마지막 남은 순결한 인간일게다
이혼하고 홀로된 딸이 맡긴 외손자를 키우며 간병일을 하면서 근근히 힘겹게 살면서도
마치 꿈을 꾸듯 매사에 웃음을 잃지않는 미자는 치매의 초기증상이 나타나 정밀검사까지 받는다
다리에서 투신한 여학생의 자살사건을 손자에게 묻지만 묵묵부답이다
시를 한편만이라도 썼으면 좋겠다는 저 깊은 의식에서 미자의 발걸음은 문화강좌의 문을 두드리고
주변의 인물들은 여학생의 죽음에 남학생 무리와 손자가 끼어있음을 알린다
죽은 아이의 쪽지에 남겨진 육개월간의 악몽이 밝혀지고
미자는 손자의 담담함에 자괴감마져 들어 속이타는데 이녀석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죽은 아이엄마의 강열한 시선에 쥐어짜도 나오지않을 합의금을 중풍을 맞아 간병을 하는
노인에게 어렵게 받아내 해결하고 오락실에서 희희낙낙하는 손자를 끌어내어
피자 한판을 사준다
죽기전에 남자구실 한번만 해보고 싶다는 중풍노인을 뿌리치고
여학생이 죽은 곳을 배회하다가 소나기를 흠씬맞으며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 나가기에 이르러
자진하여 노인을 찾아가 노인의 소원을 풀어주고.......
시를 배우는 심성 고운 사람들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회고하며 발표를 하는데
20년을 지하 단칸방에 살다가 임대주택을 배정받아 들어갔을때
방바닥에 배를 깔고 뭉기적 대는데 세상이 다 내 것인양 여겨지더라는 소박한 소시민의 회포는
다수의 어렵게 살아가는 민중의 아픔을 엿보게 한다
가정이 있는 남자와 단 한번의 잠자리에 서글프고 괴로운 사랑이 맺혀 잊히지않아
고민한다는 가정있는 여인은 그 괴로움이 오히려 아름답다고 고백하고
영화속에 빠진 나는 또 꿈속을 헤멘다
엄마의 세대는 자식들에게 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꼭 미자의 모습과 같다
돈 몇푼에 양심을 내다팔고 천연덕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자는 밉기만하다
조용히 삶을 정리해나가는 미자의 심정이 어쩌면 노무현을 닮은 듯하다
합의만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려는 부도덕한 행태에 목놓아 울기도 하고...
이들의 죄를 대신 속죄하며 여학생의 뒤를 따라가는 미자는
유언처럼 아름다운 시 한편을 우리에게 남긴다
손자의 발톱을 깍아주며 구석 구석 때를 밀지않았다고 타박하면서
사람은 항상 몸을 깨끗하게 해야하는 거라며
몸이 깨끗해야 마음이 깨끗한 법이라고 손자를 다독인다
손자가 경찰에 연행되던 날 미자는 밤새워 아네스의 노래를 읊조린다
먼저 저세상으로 떠난 아버지를 그리며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그곳에도 있는가 묻는다
생애 최고의 영화같다
저 아름다운 강이 머지않아 쑥대밭이 될 것이다
우리의 노스탈쟈는 영원히 사라지게 생겼다
4대강사업은 우리의 후손에게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