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코는 진화가 덜 되었다
알파치노의 청맹과니 연기에 매료되었던 영화제목이 여인의 향기였습니다
오늘따라 우리동내는 인파가 넘치는군요
오월의 따가운 햇볕에 제멋대로 부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취향이 고상한 사람은 향수를 잘 선택한다고 하는데
화장품의 홍수 속에서는 인공적인 향수가 여인의 향기로 오해되기 일수입니다
철쭉도 시들해질 정도로 화사하고 수수꽃다리가 만개한 시기지만
옷차림이 가벼워진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풍기는 풋풋한 향기가 더 기승을 부립니다
모처럼의 청명한 날씨에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생기발랄 합니다
맡자고 맡아지는 것이 아니고 그냥 솔솔 맡아지는 코가 원망스럽습니다
보이는 것이야 눈만 딱 감으면 안보여 그만이고
들리는 것도 귀막으면 그만인데
향기라는 것은 감기가 걸리지 않는 한 코에 딱 걸리니 말입니다
사람의 감관은 문명과 더불어 둔화되어
그 예리하던 민감성을 잃어버려 심미적 감성까지 수준 이하로 뚝 떨어지고
눈빛으로 주고 받던 정교한 교감은 아예 상실되었다지요
진화가 덜 된 코 때문에.....
오월은 이리 취하고 저리 취해 몸살을 앓는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