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소식이
조그마한 종이통에
꽁꽁 싸여
인편에 보내왔다
가득한 신새벽의 푸르름
벽소령은
한객의 풍월이 넘치고
양지에 눈 녹을 무렵
연한 첫 찻닢
지리산 영기 머금은 체
초의선사 후예의 손끝으로
덖이고 비벼지고
무쇠솥에 볶이고
이병주의 지리산을 닮아
좌우 이념의
깊은 시름까지
옹그려 수렴하고
봄 아닌 봄
싸한 기운
후끈한 목욕탕에 다 풀어놓고
이름조차 벽소령
찻닢을 우려
청아한 미풍
남녘에서 전해 온
상쾌한 봄맛
혀끝으로
온몸으로
연초록 벽소령을 본다
빨찌산은 쫓기고 쫓기며
허리까지 찬 눈을 뚫었다지
첫 찻닢이 나올
그때가 그렇게 추웠다지
비로서 내몸에 봄기운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