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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

jaye syo 2010. 5. 2. 02:20

남녘의 소식이

조그마한 종이통에

꽁꽁 싸여

인편에 보내왔다

가득한 신새벽의 푸르름

벽소령은

한객의 풍월이 넘치고

양지에 눈 녹을 무렵

연한 첫 찻닢

지리산 영기 머금은 체

초의선사 후예의 손끝으로

덖이고 비벼지고

무쇠솥에 볶이고

이병주의 지리산을 닮아

좌우 이념의

깊은 시름까지

옹그려 수렴하고

 

봄 아닌 봄

싸한 기운

후끈한 목욕탕에 다 풀어놓고

이름조차 벽소령

찻닢을 우려

청아한 미풍

남녘에서 전해 온

상쾌한 봄맛

혀끝으로

온몸으로

연초록 벽소령을 본다

빨찌산은 쫓기고 쫓기며

허리까지 찬 눈을 뚫었다지

첫 찻닢이 나올

그때가 그렇게 추웠다지

 

비로서 내몸에 봄기운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