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궂은 바람은
하필
여린 연두잎에 빗물 잔뜩 머금은 나무 아래를 지날때
맥락없이 불어
굵은 물방울 후두둑
방심한....
가볍게 놀라고 만다
우박도 떨어졌다
하늘님의 심술도 바람같고
먼 내님의 심술도 바람같다
종로를 지나는 동안
하필 부는 바람에 속까지 움추리고
책방주인은 이대병원이 헐린 자리에
공원이 조성된다고 붙든다
도화마져
꽃잎을 떨궈내
빗물이 흐르는데로 길게 흐트러졌다
저 취객의 독한 술냄새가
바람결에 늘어지듯
예쁜여인의 향기가
코끝에 긴 여운을 남기듯
우박은 모과꽃 봉우리를 피기도 전에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