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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고

jaye syo 2010. 4. 25. 23:45

엉거주춤 쭈그린 자세에서 몸을 곧추세우고 힘을 준다

 

닭이 알을 낳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말못하는 고통을 조금은 짐작케 되었다

늘 알을 낳는 둥지지만 거리를 두고 그 둥지를 살피고 또 살핀후

후르룩 날아올라 둥지안에 들어서서도 요리조리 앉았다 일어섰다하며

자리를 잡느라 안절부절 행동이 산만하다

사주경계하며 웅크리고 폭신하게 주저앉아 이삼십분 둥지에 체온을 나누고서

충분히 덮혀졌다 싶으면 주춤거리고 몸을 반쯤 일으켜 일분여쯤 힘주기 시작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알을 뚝 떨어뜨리듯 낳아 주둥이로 살금살금 끌어 안는다

그 알이 따뜻하다

 

숫닭은 변강쇠가 무색하다

얼마나 올라타는지 예닐곱 마리의 암닭들은 잔등의 털이 빠질 지경이고

반항의 여지를 아예 갖지 못하게 위압적으로 대가리를 쪼아 대가리털도 듬성하다

지독한 폭군임에 틀림없는데 암닭들은 항상 숫닭의 주위에서 벗어나지 않아

저 비결이 무얼까 의아하고 신비롭기만 하다

그런데 수닭의 행동은 어딘가 의리가 있어 보인다

먹이를 발견하면 반드시 암닭들을 불러 먼저 먹이고 저는 나중에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가 거느리는 암닭들을 관리하고 보호하려 한다

사람들은 닭대가리라고 놀려대지만 수닭의 암닭에 대한 배려는 참 가상하다

 

알을 낳는 닭의 모습은 그 순간이 처절하다

부르르 떨듯 무아지경의 고통을 감내하고 알을 뚝 떨구는 저 생래의 모습

 

4대강의 무자비한 공사강행으로 떼죽음 당한 물고기의 사진을 보고

가슴이 아파 온 하루 꼼짝없이 몸살을 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