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4가 세운상가 공터에 육이오의 참상을 담은 희귀한 사진 수백장을 크게 인화하여 늘어놓았습니다
건너편 종묘공원의 노인들이 대거 이동하여 옛사진들을 감상하며 감회에 젖어들었군요
- 김일성이란 놈이 겁대가리없이 날뛰어 이지경을 만들어 놓았지
- 북한에 쌀한톨 보내지 말아야 해.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살 떨려. 그런놈들을 도와준다고?
- 5 미터도 안되는 곳에서 폭탄이 터졌어. 몇번이나 죽을 뻔했는지 몰라
- 쌕쌕이가 달려드는데 혼비백산 했다니까
- 미국의 원조가 이니었으면 우린 다 죽었어
사진을 구경하는 노인들은 처연한 표정 일색입니다
군데군데서 간혹 한마디씩 무용담도 들리고 분노에 찬 성토도 들립니다
사진속에는 조병옥도 있고 장면도 있고 장기영 김활란 모윤숙도 있어요
이승만의 환하게 웃는 얼굴도 있네요
맥카더와 포옹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속알딱지 좁아터진 김일성이와 이승만의 자랑스런(우리민족의 천추의 한이 된) 합작이 육이오이고
이에 놀아난 불쌍한 사람들이 지금 한마디씩 내뱉고 있는 노인들이지요
끝도없는 피난민 행렬
시체들 옆에 터져 널부러진 쌀자루
추위에 떨고있는 군인들
흥남의 풍경
외국에서 온 군인들
산더미 같은 탄피
폭파된 한강교
원산상륙
인천상륙
피의 낙동강 전선
참혹하게 변해버린 참호
구호물품의 분배이 모여든 군중
굶주린 고아
포로수용소
휴전반대 시위
청계천의 빨래터
폐허의 서울
.....
따스한 날씨 종로의 풍경은 비참한 옛사진으로 말미암아 침통한 모습들로 꽉 찼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같은 핏줄 같은 민족이 피터지게 싸워야만 했을까요?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