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 명절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나 안 갈거야. 나두 못가. 임진강변에 있는 할머니산소엘 가자고 하였더니 저마다 안 간다고 합니다
이것 저것 챙겨서 길을 나서니 딸은 아빠 혼자 갈거냐고 묻습니다
그럼 가야지. 자식이 안 가면 엄마가 뭐라겠냐. 애지중지 키워놨더니 자식새끼 다 소용없다고 할 거 아니냐
도로는 다 녹았더군요
임진강을 건너자 산소가 있는 눈덮인 산골짜기가 보입니다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고 저 멀리서 노루 한마리가 겅중겅중 달아납니다
푹푹 빠지는 눈위에 노루 발자국만 어지럽게 나 있어요
희미하게 나 있는 것이 노루의 발자국입니다
저 위에도 누군가의 산소가 있던데
아주 깨끗했어요
여기서부터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습니다
안개와 황사가 날리는 날이었는지 하늘의 햇님이 가려졌지요
안 보이던 길이 새로 뚫린 것 같군요
아니 어떤 우라질놈이 남의 땅에 허락도 없이 길을 냈단 말인가?
눈에 짓눌려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여린 나뭇가지가 간신히 버티고 있어요
생명은 위대합니다
두꺼운 눈속을 헤쳐나온 것만 같아요
일부러 묘목의 주위만 누군가가 녹여준 것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포크레인으로 무지막지하게 길을 내었군요
여기는 내 개인소유의 땅인데 대체 어떤녀석들이 이지경으로 만들었을까?
이놈들을 어떻게 응징해야할까?
속 터지는 날입니다
산소에서 되돌아 나오다가 들어올때 조심스럽게 밟고 내려온 발자국을 ....
무성한 나무 사이로 뿌연 햇님을 보았지요
눈의 나라였습니다
휴전선근처가 아니랄까봐 .....
저 산밑으로 임진강물이 흘러가지요
저게 뭔지 모릅니다
벌거벗은 사람이 맨몸에 눈을 맞고 창을 겨누고 있어요
구제역 때문에 살균약품을 무제한 뿌려댑니다
한탄강을 건널때 오고 가는 차량은 지독한 약품을 뒤집어 쓰지요
인간의 업보련만 병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차없이 살처분 당하는 소떼들이 가엽습니다
여기서부터 지옥이었어요
엎어지면 내집인데 한시간을 꼬박 기어갔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바바라 보니와 안젤라 게오르규의 음성으로 우리의 가곡 님이 오시는지와 그리운 금강산이 불려지는군요
가녀린 성대의 맑은 음색이 풍부한 감정의 이입으로 귀에 닿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어요
저들이 우리의 판소리를 흉내 못내듯 우리도 가랭이가 찢어져라 쫓아간들 저들의 노래에는 미치지 못하게구나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서울근교 우리집 가까이에도 저러한 설산이 있었네요
올해는 벌써 풍년이라는 소문이 나돌더군요
복 많이 받으셔요
눈위의 노루 발자국은 복을 가져다 준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