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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

jaye syo 2010. 1. 16. 00:25

이승에서 똥개였던 녀석이 눈깔 벌개진 수탁들의 징헌 인간 어쩌구하는 소리를 엿듣고 말참견을 합니다

고것은 암것도 아녀라

댁들이야 암컷들 거느리고 새벽에 꼬끼오 목청 가다듬으며 유유자적 하였지만

하이고 내팔자는 상똥개팔자였다오

강아지적에는 귀엽다고 쪽쪽 빨고 난리더니

몸피가 좀 커지니까 아양떨며 꼬리질쳐도 구찮다고 쫓질않나

날마다 밤샘하며 행여 주인의 물건 누가 훔쳐갈까 안절부절에

낮에 잠깐 졸기라도 하면

이놈의 똥개 맨날 잠만 잔다며 발길질

남편땜에 기분상한 안주인 시도때도 없는 욕설

모진 고생 참아가며 고분고분 충성을 다했건만

복날이란 핑게로 목을 매답디다

밧줄에 조여져 주사바늘구멍만해진 목구멍으로

간신히 끽끽대다가 그만 혼절을 하였구려

깨스토치라고 들어 보셨수?

시퍼런 불을 뿜어내는 건데 그걸로 온몸을 지져대더이다

그 고통을 어이 말로 형용하리요

가죽이 익어 쩍쩍 갈라지고 잔털마져 다 꼬실러지자

강력세제 하이타이를 묻힌 철수세미로 박박 문지릅디다

그후론 뻔하지요

배가르고 각뜨고 ....

된장을 푼 가마솥에 던져져

댁들과 마찬가지로 서너시간 삶아졌지요

 

몸보신이라지만 그 흔한 쇠고기 돼지고기 놔두고

뭐 닭고기가 제일 흔하지만서두

하이고 죄송하오

하여튼 소나 돼지나 댁들이나 나나 엇비슷한 팔자이나

저짝에 새로 온 징헌 인간에 비하면 입 다물어야지요

우리야 그래도 먹을 것 꼬박 챙겨주는 보살핌을 받으며 살지를 않았겠소?

저기 내만치로 개꼬실리듯 시커멓게 꼬실린 인간을 보시구려

내 꼬실려봐서 그 심정 잘 알지요

먹고 살겠다고

가족들을 먹여살리겠다고 아등바등 버티다가

개발에 미친 더 징헌 인간들의 강제철거로 불이붙어 저리 되었다하오

눈 벌거케 뜨고 차디찬 냉동실에서 일년을 더 버텼다하오 그려 

에고 징헌 인간

눈가리고 아옹이지

그래도 심성 고운 인간도 많은가 봅디다

저들과 똑같이 가슴아파했다던데

더 징헌 인간들은 꿈쩍도 않더라네요

 

똥개의 팔자타령에 닭들은 눈만 껌뻑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