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영화
두시간 사십이분
헛되지도 그렇다고 그리 명징하지도 않은 소문에 관객들은 몰려 매진이라는 명패를 상시 붙여놓아야하는 이상한 상황이랄까?
상영시작 십여분쯤 흐른뒤 눈껍풀이 무거워져 나만의 생리인가 엽좌석을 살짝 엿보았다
너무도 편한 자세며 지긋한 눈매며 졸음이 쏟아지는 사태에 영화감상의 자아목적의 안간힘이 그만 꺽이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위대한 영화가 또 있을까?
졸아도 그만 졸다가 깨도 그만 아예 작심하고 숙취를 취해도 그만인 영화
가끔 사진이나 그림 영화 등에서 흔히 보던 서양의 그윽한 풍경 수도승들의 뻔한 일상들
복잡하고 골치아픈 줄거리도 없고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평범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영화는 지고한 편안함을 준다
꽉메운 관객중 불과 몇사람만이 말똥하게 감상을 하고 전 관객이 졸거나 잠을 잔다
과연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근 세시간의 정서적 안락함을 제공하는 영화이니까
천축사 무문관의 풍경을 철이 바뀌며 인간의 모습마져 탈속의 변모과정과 함께 보여주는 이국적 표현이랄까?
또 한유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성당(盛唐) 그 시대의 장면을 환상적으로 재현했다고나 할까?
한 인간의 깨달음이 그 한인간에서 그친다면 사도일뿐이라고 질타하는 한유의 모습에서
종교의 사회적 모순을 본다
작은 배움(小學)이 아닌 큰 배움(大學)이야말로 만천하에 이로움이 있어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종교는 스스로를 큰 배움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모순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위대한 침묵은 역설적 위대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