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 선선한 아침
흐렸지만 비올 것 같지않은
엇그제를 떠올리고 속으로 설마를 외치면서
우산을 챙지기 않은체
감미로운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들으며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는
흥얼흥얼 기분 상쾌하게 전철을 탔습니다
0.1%의 우려는 혜화역에서 현실로 나타나
억수로 내려치는 폭우를 망연자실 물끄러미 보며
유비무환의 단어를 떠올리지만
책만 끼고 나오지 않았더라도
약간 잦아졌을때 후다닥 뛰기라도 하련마는
한참을 서서
바이올린의 가냘픈 독주부분을 음미하는데
후덕한 아주머니
작은 우산을 펼쳐 살피더니
불쑥 와서는
"이거 버리고 간 우산인데 쓰고 가셔요"
우산을 파시는 분이 아직은 쓸만한 헌우산이라며 권합니다
미안함이 고마움으로
고마움이 감동으로 .....
우산이 없는 사람이 한들이 아니었는데
"저 마로니에공원쪽으로 가는데 같이 쓰면 안 될까요? 학원시간이 늦어서요"
나도 얻어 쓰는 주제에 비가 아무리 억수로 온다한들 거절 못하지요
마로니에공원을 지나 어느쪽이냐고
그냥 쭉 가시면 된다고
방통대 쪽문으로 가야된다고
다행히 방향이 같아서
그 작은 우산을 머리만 젖지않게 썼으니
바지가랭이가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아주머니 덕분에 하루가 즐거웠어요
누가 뭐래도 우리사회는 훈훈하다고
따뜻한 인정이 남아있다고
분명 하늘님은 이땅에 계십니다
이제는 다 떨어져서 사진에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