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뜨거운 여름날
속고쟁이 벗어던지고
홑치마만 두른체
대청마루에 벌렁 누워 봐
실낱같은 바람
가랭이 사이 사타구니를 스쳐지나면
그 시원함에
만사 시름 다 스러져
진짜라니까
한강변 긴의자에
염치고 뭐고
벌렁 누웠어
오뉴월에 한여름 불볕이라니
아주 늘어졌다니까 믿겨져?
아 바지가랭이로
시원한 바람이 쑥 들어오는거야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이 싹 증발하데
갓 부화된
좁쌀만한 피래미새끼들
물가 으슥한 곳에 옹기종기
생명의 신비 일깨워
봐 봐 아이들이랑 똑같잖아
무리지어 놀며 장난치는 거랑
쌈박질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냐
정치하는 저놈들 좀 봐 봐
코찔찔이 마냥 맨날 싸우잖아
엄한 사람 죽이면서
원주민 몰아내는 재개발 중단하라
빨간글씨 크게 써붙인
강변아파트에서
유모차 줄줄이 끌고
새댁들 산책 나오네?
서너살쯤 아이들 이리뛰고 저리뛰고
아이 밴 배불뚝 새파란 엄마들
강 바람결 쑥떡쑥떡 재잘재잘
주책없는 숫비둘기
깃털 부풀려 암비둘기만 쫓네?
왠종일 자전거 행렬 이어지고
간혹 인라인족도 지나가고
물살 가르며 수상스키도 떠있고
흰개 검둥개 삽사리 똥개
목줄늘여 얌전하고
몸매좋은 저녀석은 반바지만 입었네?
철교엔 기차가
강변북로엔 자동차가
미쳐 상상도 못할 만큼이나
그렇게나 많은지
"대표로 조문을 다녀오세요"
109번 버스를 타고 교보앞에서 내렸어요
세종로사거리에서부터 인파가 미어집니다
조선일보앞을 지나 덕수궁앞에 이를수록 복잡합니다
줄줄이 세워놓은 경찰버스안에서는 대기중인 전경들 장기도 두고 책도 보고 졸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 많은 버스가 하루종일 시동을 켜놓고 있어요
쓸데없는 곳으로 세금이 줄줄이 새나갑니다
대한문앞 분향소는 언듯보면 무질서인데 잠시만 살피면 그 복잡한 사람의 물결이 질서가 정연하게 흐르는 걸 볼 수있습니다
이렇게 빈약한 싸구려 천막이 쳐진 허름한 분향소는 처음 봅니다
한쪽에선 탄핵소추안 서명이 한창이어서 .........
그래도 우리민족의 갸륵한 마음씨 가득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