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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jaye syo 2009. 3. 28. 23:12

사대부중 화단에 화훼나무 일찍 봄을 다투어

조급한 자목련 꽃잎을 드리우니

옆에 있던 백목련 질세라 활짝 피어

나를

빼꼼이 열린 쪽문으로 불러 유인하더라

나이 지긋한 여교사 한 분

애처로이 목련을 보시고는

속으로 혀를 차셨는지

화사한 봄날이련만

안색이 시원찮다

진달래 개나리는 멀쩡하게 잘도 견디던데

설한의 모진 추위 다 이기고도

잠깐 눈발에 그리 꺽여

폐인의 모습이라니

저 벽돌담집 목련을 못보았더냐

양지의 포근함에도

아직 꽃술 감추고 봉긋이 얌전하게

행여 한차레 쏟아질 진눈개비

지나간 뒤를

기약하는 모습을

 

사대부중 목련은 

봄 때아닌 눈발에 차가운 바람

양귀비 속살같은 우유빛 꽃잎이

이리 꺽이고 저리 구겨져

실핏줄 생채기 멍에 얼룩지고

정신병동 요양원 순녀는

못된놈 남편으로 섬기다가

파릇한 세월 다 헛되이 보내고

오십넘은 나이에

봄같잖은 봄 맞으려 바깥세상 외출을 나온다

착한 마누라 요양원 감옥에 가두고

배맞은 예쁜년과 새장가를 들더니

천형인가

예쁜년 달아나고

뭔 암인가에 걸려 뒈졌다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감감하던 순녀

늙지도 않은 화사한 모습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

그간의 고초를 다 잊은 듯

일상처럼 웃고 떠들고

꽃잎에 멍진 목련같은

가련한 순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