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중 화단에 화훼나무 일찍 봄을 다투어
조급한 자목련 꽃잎을 드리우니
옆에 있던 백목련 질세라 활짝 피어
나를
빼꼼이 열린 쪽문으로 불러 유인하더라
나이 지긋한 여교사 한 분
애처로이 목련을 보시고는
속으로 혀를 차셨는지
화사한 봄날이련만
안색이 시원찮다
진달래 개나리는 멀쩡하게 잘도 견디던데
설한의 모진 추위 다 이기고도
잠깐 눈발에 그리 꺽여
폐인의 모습이라니
저 벽돌담집 목련을 못보았더냐
양지의 포근함에도
아직 꽃술 감추고 봉긋이 얌전하게
행여 한차레 쏟아질 진눈개비
지나간 뒤를
기약하는 모습을
사대부중 목련은
봄 때아닌 눈발에 차가운 바람
양귀비 속살같은 우유빛 꽃잎이
이리 꺽이고 저리 구겨져
실핏줄 생채기 멍에 얼룩지고
정신병동 요양원 순녀는
못된놈 남편으로 섬기다가
파릇한 세월 다 헛되이 보내고
오십넘은 나이에
봄같잖은 봄 맞으려 바깥세상 외출을 나온다
착한 마누라 요양원 감옥에 가두고
배맞은 예쁜년과 새장가를 들더니
천형인가
예쁜년 달아나고
뭔 암인가에 걸려 뒈졌다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감감하던 순녀
늙지도 않은 화사한 모습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
그간의 고초를 다 잊은 듯
일상처럼 웃고 떠들고
꽃잎에 멍진 목련같은
가련한 순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