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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님

jaye syo 2009. 3. 21. 00:21

내일은 오시려나

기다림만 길었지

황사 걷힌 포근한 햇살 푸른하늘

이화장 끼고도는 샛길 담장밑엔

홍매 청매꽃 활짝피고

담넘어 안쪽 비탈에는 연분홍 진달래 곱게 웃고

중턱 후미진 구석

휘늘어진 버들

야들야들 초록치장에

목련가지 끝마다 불룩 배가 불러

하얀 속살 보일락 말락

낙산이야 날마다 몸살을 앓든 말든

산수유

솔밭사이로 노랗게 물들인다

뽀쪽하늘 아래 사시는 노인은

늘 같이 다니던 마누라 병원 보내고

털 깍고 옷입힌 통통한 개 데리고 나와

무거운 운동기구 열심히 들어올린다

오늘은 오시려나

매달리고 몸통 돌리고 기구도 가지가지

나무계단 중간쯤 디룩디룩 노랑머리 서양년이 온몸 비틀어댄다

이리 걷고 저리 달리고

한가한 아낙

짧은치마 아래로 잡아내리며

쑥캐느라 얼굴 발그레 그을리는 풀밭사이

일톤 덤프는 공원길 다 차지하고

부지런히 골재를 나르네?

들쑤시기는 광화문 시청만이 아니로구만

멀쩡한 공원 또 뒤엎는다

무정한 님은

길고 긴 기다림만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