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율곡로를 지나며

jaye syo 2009. 3. 19. 23:32

궁궐이 아래 위로 뚝 잘렸다

백두대간의 지룡이 삼각산으로

다시 창경궁으로 뻗어 종묘에 머물렀다

풍수에서 인물난다 굳게 믿는 조센징 야코죽인다며

왜놈들 사정없이 궁궐의 허리를 뚝 잘라버렸다

길만 낸다고 될일이냐

아예 흙을 깊이 파내고

볼품없는 왜식 축대 높이 쌓아 담장둘러

조선왕조의 조상신마져 격절시켜 버렸다

하늘도 무너져 내렸다지

 

중국에서 날아온 흙먼지섞인 회색구름 드리운날 아침

원남동 율곡로는 눈깔에 불을 켜고 내달리는 차가 가득했다

종묘 높은 담장넘어

하늘 가리우는 고목의 가지끝에

연두초록 소복히 살랑일제

눈길따라 들어온 설램

마음에 맺히는가 싶더니

한두방울 빗물 와이퍼에 밀려 환해지듯

그렇게 율곡로의 봄은 또 지나가고

조선의 후예는

왜놈이 만든 길을

땅에 묻어 끊어진 허리를 잇는다지

 

옛 중앙청 싹 헐어치웠는데

시청 껍데기 뭐할라 남겨 우세를 떤다냐

보존도 아니고 복원도 아닌 그야말로 허울뿐인걸

시장으로 뽑히면 실속있던 사람도

그 실속 다 버리고 껍데기만 치장하려 혈안이다

그놈의 껍데기 땜에 생목숨 여럿 하늘나라에 간다

앙상한 겨울의 율곡로 그런데로 운치있고

봄의 생동하는 기운 나뭇가지에 피어나

여름 뜨거운 햇살 가리우는 잎너른 가로수길이 되고

가을 무서리 내린 어느날

낙옆에 뒤덮여 혼탁해지기도 하는

백년의 동강난 허리가 드디어 이어진다지 

 

내일은 오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