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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가면

jaye syo 2009. 3. 6. 00:54

드러난 목덜미는 *토종인 황색인종의 고유의 노리끼리 먈간 *감칠맛의 아름다운 살색이었다

 

- 내일은 좀 늦게 나오셔도 될 거예요

 

사람은 조금만 긴장이 풀려도 마냥 늑장을 부리는 모양이다

뻔뻔스럽게도 출근시간이 무려 한시간이나 늦어졌다

1호선 전철이 텅 비어 한산하기 그지없고

맥없이 출입문 한쪽 귀퉁이에 비스듬이 기대어 책을 펼쳐든 여성의 얼굴에 눈길이 자꾸 닿는다

턱밑까지의 화사한 순백의 얼굴색과 환하게 내놓은 목덜미의 노란살색이 너무도 이질적으로 보여서다

보여지는 것과 보여지지않는 것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아버린 기분이랄까?

 

子夏問曰 巧笑천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 何爲也? 子曰 繪事後素 (천. 내 컴퓨터에 없는 한자라서...)

자하가 물었지요

"예쁜 웃음 보조개

아름다운 눈동자

흰색으로 빛나게 하네"라고 하는데 무엇을 이르는 것인가요?

공자께서 대답을 주시는군요

"그림을 그리는데 흰색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란다"

 

논어의 이야기는 그 당시에 일상적으로 통하던 말일텐데 지금에 와서는 선문답처럼 느껴진다

전철에서 잠깐 스치는 여인의 얼굴에서 회사후소의 이미지가 겹쳐져 속으로 웃으며

색조화장품의 기막힌 발색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젊은 여성의 과반수가 얼굴에 백색그림을 그려 가면처럼 표정없이 세상을 활보하는구나

예뻐지려 하는 것일까 그저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일까?

글쎄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나

내 눈에는 예쁜 것도 아니고 예쁘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백색가면 하나로 얼굴을 덮어 자아의 발랄한 생기마져 천지의 기운과의 교감을 차단해버린 느낌이다

정 얼굴피부가 걱정되면 수분함유한 로션 하나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나는 수많은 여성들로부터 돌맞을 말을 하고있는 걸까?

그래도 할수없지

여성들이여 과도한 화장으로 여성본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제발 감추지말라

더 이상 어색한 백색가면을 그리지 말라

 

* 토종. * 감칠맛. 중앙대총장의 거침없는 말투에서 빌려옴 

 

4년전에 찍어둔 것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