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짝을 찾아 헤메이는 이상한 본능이 인간에게 있는 것일까?
황사가 약간 섞인듯한 뿌연 습기가 바람없는 서울을 덮어 온실효과라도 내는지 포근하고 기분좋은 느낌으로 감관을 어지럽힌다
춘정의 장난인가 부장님은 낙산이라도 먼저 올라야겠다며 선동을 서슴치않는다
사무실문을 걸어잠그고 단골루트인 샛길을 접어드는데 고풍스럽던 집한채가 포크레인의 무지막지한 삽질에 가루가 되어있었다
향나무 감나무가 드리워졌던 도심에서 흔치않은 여백이 있는 집이었다
옆집 뒷집과 같이 틈새없는 네모 반듯한 박스형 건물 하나 놓이겠구만
낙산에서 바라보는 삼각산은 희멀건하게 서있을 뿐 부르지도 않는데 마음은 달려가려 안달이다
택시를 타고 구기동 문수사입구까지 가서 타박타박 올라 대남문 대성문 대동문 용암문에서 도선사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버들치를 본다는 것이 신기하다
깔딱고개를 향해 오르는 길목은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하산하는 인파가 넘친다
물은 가뭄을 웃기라도 하듯 빠져들고픈 충동을 더욱 부추길냥 맑아 버들치가 유유한데
동으로 보현봉이 우뚝하고 서로 문수봉이 문수사지붕위로 솟아 그 사이 대남문이 태산의 관문인양 버티고
어느새 깔딱고개에 이르러 십여년전 무리한 산행으로 죽어간 사람이 저기쯤에서 있었지 아마 기억을 더듬으며
아직도 시린 산골짜기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속내의 땀을 식힌다
대남문 문수사 갈림길에서 망설임없이 문수사를 향한 것은 공양때문이기도 하였으나
오랜만의 절간구경의 호기가 자연스레 발길을 잡았으리라
가뭄이 길구나
문수사의 우물이 말라 등산객 신도들이 2리터짜리 생수를 한개씩 사들고 올라와 그것으로 밥짓고 설겆이하고 한단다
너무도 미안스럽게 밥을 얻어먹고 그 힘들게 가져온 물까지 한모금 마시고는 대남문을 향한다
이두호의 만화에는 우리의 산세가 가풀막지다고 하더니
벤자민 버튼은 꼬부랑노인으로 태어나 거꾸로 된 인생을 살고는 어린 갓난애로 죽는다
짝이란 결국 서로를 보살펴주는 차원의 연인을 말하는 것일까?
서울이 온통 뿌옇다
한강이 흐릿한 윤곽만을 구불퉁 남겨두었고 저게 목동의 건물이고 저게 63빌딩?
역시 서울은 명당이라느니 평양이나 개성보다 윗길이라느니 그래서 온조와 비류가 터를 잡았다느니
승가사의 마애불을 보더라도 일찌기 주목받던 길지라느니......
산성을 축성하고 한번도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했다는둥 북한산은 쉴새없이 입방아에 시달린다
문수사의 천연동굴은 호랑이가 살았었다지?
중놈들이 빼앗아 차디찬 돌맹이 부처를 저 안쪽에 앉히고 날마다 복을 빌었다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동굴안에 알류미늄 유리돔을 살치하여 천장의 돌가루 먼지를 차단해 놓았다
우리민족은 태생부터가 욕심이 넘쳐나는 성향이었나보다
오죽하면 온나라를 불국토화하여 모든 중생을 구제하려 하였을까
문수사에서 바라본 보현봉이 그러하고 의상봉 원효봉이 그러하며 우이봉에 이르면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 이름이리라
인수봉의 옛이름이 쇠귀봉이었단다
절간에서 흔히 보는 십우도 벽화는 불심에 이르는 단계를 비유했다고 하지않던가
욕심사나운 인간들을 달래고 겁주고 회유하고 윽박질러 회심을 바랬지만 오늘의 현실로 보아도 말짱 헛일이었음이 입증된다
선조의 어리석음이 임난을 불렀듯이 명바기의 어리석음은 또 다른 국난이 예고되는 듯하다
용암문에 이르러 가파른 계단을 한참 내려와 도선사에 닿는다
섣부른 딱다구리 절간의 목탁소리만 듣고 살았는지 딱다다 딱다다 웃기는 부리질을 하고있다
연속적으로 따따다다다다...... 구멍을 뚫어야 그나마 뚫리련마는 하세월 딱다다 딱다다 란 말인가
정선아리랑에 "뒷산의 딱다구리는 쌩구녕도 뚫는데 우리집 등신은 뚫린구녕도 뭇뚤어"하는 구절이있다니까
"상대적이야 오죽했으면 뚫을 생각을 안 하겠어"한다
그래서 그 야한 비아냥이 섞인 가사에 남자들은 그냥 웃어넘기나 보다
도선사의 저녁공양은 그 어떤 진수성찬이 부럽지않다
나물이며 된장찌게 고추장이 환상의 맛을 낸다
인간의 다양한 삶의 경험태를 격으면서도 내사랑은 오직 "그"라는 벤자민의 속마음은
어쩌면 인간의 본심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속에서 아름다운 삶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