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똥개가 아니었을까 의구심이 들때가 있습니다
종로3가에 있는 친구를 만나려면 서울대병원에서 마을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방통대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야지요
소방서앞을 무심코 지나는데 기묘한 여인의 향기가 코끝에 스칩니다
초봄에만 맡아지는 기분좋은 냄새일까?
마당구석에 분홍상사화의 무성한 푸른 새싹이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 삐쭉 솟았더니만
여인들은 어느새 봄향기를 수줍은 동양란의 방향처럼 주체하지 못하는군요
모퉁이를 돌아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서 솔솔 쫓아옵니다
강남에서 제법 성공하신 김선생은 자동차가 꽉막혀 머리가 터질뻔 했다고 푸념을 토합니다
"머리 아프세요?"
"예 지금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예요"
"이리 앉으세요 간단하게 마사지를 해드릴께요"
의자를 쭉 빼서 김선생에게 권하고 어깨와 목을 그리고 머리전체를 가볍게 풀어드리고
좀 어떠냐 물으려는 찰라 깊숙한 폐부에서부터 묵혀있던 찌든 담배 특유의 역한 냄새가 맡아지는 겁니다
그래도 예쁘게 보아주려던 환상이 일시에 깨져나가는군요
싸구려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르고 새빨간 입술로 담배를 뱃속 하나 가득 빨아들이던
천덕꾸러기 색시촌 여인네들이 환영으로 김선생의 모습에 겹쳐집니다
아니 웃기지도 않게 다른 사람은 전혀 냄새를 못 맡았다는 거예요
마누라에게 그릇을 잘 씻으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의아해하는 마누라에게 세제냄새가 난다고하면 콧방귀 흥하고 뀌면서
"나만큼만 깨끗이 씻으라고 해" 하고는 되려 면박을 주지요
목장에서 갓 짜낸 젖에서 풍기는 비리리 고소한 그리고 풍만하고 건강한 몸에서 발산하는 싱그런 냄새가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된 황사와 배기깨스공해로 찌든 서울을 온통 덮어버린 느낌입니다
아주 잠시동안요
어릴때 득호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를 개코라고 불러서 죄를 받은 걸까?
아니면 진짜루 전생에 똥개였을까?
모두가 그대와 더불어 건강하기만을 천지신명께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