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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노병사

jaye syo 2009. 2. 15. 12:12

시골의 삶이란 고달프기 그지없습니다

고향집을 굳세게 지키신 형수는 어느덧 완연한 할머니의 모습이지요

아들 딸 모두 외지에서 살고 기름값 무섭다며 간신히 방 하나에 불을 넣고는

물을 순환시켜 따뜻하게 해준다는 전기온돌매트에서 겨울을 납니다

 

시골의 아침은 안개로 시작되는군요

 

익산에 있는 영모공원은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공동묘지로 커다란 골짜기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네요

납골당 건물도 따로 있습니다

골짜기를 감도는 산바람이지만 찬기운이 쏙 빠졌고 나무의 눈이 똑똑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아무려면 영혼이 머무르는 집이라해서 다를게 있나요?

무심코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邪氣 가득서린 차가운 기운이 으시시하게 감싸는 느낌입니다

밖으로 나오니 훈훈한 바람이 기분좋게 온몸을 휘돌아요

같은 모양의 집이라도 영혼의 집은 확연하게 다른 듯 하군요

 

사람의 집착은 성속을 불문하고 끊어버리기 어렵나 봅니다

평생을 수신으로 고집을 떨쳐내려 아둥바둥 애썼으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도가 넘친 알 수 없는 소원

끝내 못버리고 있지도 않은 내세에 평안을 갈구하려는 질긴 집착 봐주기가 안스럽습니다

해탈이 쉽겠냐마는 어려울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요?

생노병사 중에 인간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딱 한가지 밖에는 없습니다

태어나고 늙고 죽는 것은 해탈의 할애비라도 인간인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과정입니다 

오로지 질병 하나만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항력이 작용됩니다

아 그래서 나의 스승은 몸에서 아픈데가 한 곳도 없으면 이것이 곧 해탈이라고 말씀하셨군요

아무리 완벽한 깨달음을 얻었다 할지라도 몸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엄습한다면

그 깨달음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기나 하겠느냐는 겁니다

 

"선은 들춰낼수록 그 공덕이 작아지고 악은 숨겨둘수룩 그 뿌리가 깊어지느니라"

영혼이 사는 집 화장실에는 소변기 앞에 이 문구가 척 붙어있습니다

 

나는 속세에서 잡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온갖 망상조차 서슴치않고 머리속에 그려보기도 하지요

머리통은 참 크기도 해요

그 쓰잘데없는 것들을 다 집어넣어도 남는 공간이 더 크니 말입니다

정녀님 한분이 다가와서 뭐하시는 분이냐고 정중하게 물어요

속세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살았으니 내 쌍판데기에 속기가 덕지덕지했던 모양이지요

이어지는 말씀이 의외입니다

원불교 어느 교구의 같은 식구인줄로만 알았다는 .....

젊은 시절 과도한 운동으로 다친부분이 궂은 날씨에 통증으로 나타나

수년간을 통증의 퇴치에 온 정신을 집중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속기가 점차 퇴색되었는가 봅니다

도가 따로 없고 수신이 따로 없고 해탈이 따로 없군요

 

집착이 집착을 낳는다는데 저 수 많은 무덤의 주인은 과연 해탈을 얻었을까?

 

仁하고 善한 그대 제발 아프지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