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공생 또는 동행

jaye syo 2009. 2. 8. 22:16

주중에 낮시간이 널널하게 난다는 즐거움은 일년에 한두번 있으려나?

시골에서 국민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도 또한 즐거움이리라

점심이나 함께 먹자고 전화를 하였더니 열두시 반경에 만나잔다

예가에 미리 통기를 하여 단둘이 오붓하게 만찬의 향연을 마치고는

남는 시간에 영화라도 보자고 조율을 한다

나다를 거쳐 성대앞 시지브이를 살피고 명동입구 중앙시네마까지 가서 요즘 회자되는 워낭소리를 보게 되었다

한시간의 공백을 메꾸려 명동의 심장부에서 낮시간의 여유를 풀어 놓는다

커피빈이라는 커피전문점엘 들어가보니 남자라곤 나이든 우리둘뿐

넓은 매장 가득히 여성들로 꽉 차있어 이채롭기도 하려니와

좋지도 않은 커피를 여자들이 다 마시면서 이들을 먹여살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잘 여문 알맹이를 태우지 않고 갓 복아내어 곱게 갈아 

섬세한 손맛기술로 커피의 향만을 쏙 뽑아 코끝에서 우선 음미하고 홀짝 마시는 기쁨은

커피를 제마무리 잘 뽑아낸다고 큰소리치는 이따위 가게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다

바하의 시대만 하더라도 커피가 얼마나 귀하고 비싼 음료였기에 커피칸타타를 작곡하였으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선의든 악의든 공생의 미덕없이는 살수가 없다

인간과 인간은 물론이려니와 모든 가축이 사람과 더불어 살고있다

개는 사람의 흉내까지 내려는 수준에 이르렀고 외로운 사람들의 벗이되기도 했다

 

영혼이 사람에게만 있으랴

40년을 함께 한 소의 영혼을 천도하려는 두 노인의 부처님을 향한 기도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어디 처음부터 그랬겠냐만 마누라의 잔소리엔 꿈쩍도 않다가도

음메하는 울음소리엔 눈빛을 반짝이며 이내 소의 곁에 나와 소를 살핀다

밭일이며 논일이며 마누라에게 다 맡기고 소꼴을 핑게로 낫을 챙겨 풀베러 나가고

걸음을 잘 걷지도 못하는 늙은소가 행여 힘든일을 하면 보답으로 막걸리 한병을 커다란 대접에 따라준다

명절에 시골집을 찾은 자식들은 저 소가 없어져야 부모님이 편할거라며 시장에 내다 팔아버리라고 성화다

시장에 나온 소의 눈에선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터무니없는 싼값이라며 다시 소를 끌고 돌아와 겨우내 땔 땔감을 마련해 놓고

그해에 소는 업드려 일어나지 못한다

 

인간과 소와의 신뢰로 맺어진 저 끈끈한 업보는 소와 인간과의 공생일까 각자의 삶에 있어 동행이었을까?

 

딸은 오후 느지막하게 등산겸 산책을 제안한다

도봉산아래 터를 잡은지 이십여년 가까이 건강에는 등산이 최고라는데 도봉산엘 못올랐다며

딱 두시간만 걷자고 부추기는 바람에 못이기는체 나서서 하산으로 붐비는 인파를 뚫고 중턱근처까지 갔다

갑자기 팔짱을 꽉끼고 매달린다

"얘가 왜이래"하는 순간 지독한 냄새가 풍긴다

뿌리치려는데 "어쭈 딸 방구냄새가 싫다는거야?"하며 찰거머리가 된다

이것도 공생이며 동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