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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jaye syo 2009. 1. 24. 12:29

맨 처음 상암장 표영삼선생님을 만나던 때 그러니까 벌써 10여년이 훌쩍 넘었네요

아! 벌써 그분이 돌아가신지가 일년이 되는군요  

선생님의 유고 동학을 보고 해월이 최후를 맞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나만이 아닌 우리민족의 평안한 삶을 위해 분골쇄신하시던 그 혁명의 깃발이 일본군에 의해 무참히 꺾이고

식민지 경영에 커다란 걸림돌이라 여긴 동학을 철저히 뿌리뽑으라는 일본정부의 훈령으로

무수한 인민이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만행이 저질러지는 와중에

이미 고령에 접어든 해월은 측근의 헌신으로 병든 노구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군과 관군의 지목으로 끈질긴 추적에 잡히고 맙니다

 

표선생님의 안내로 을지면옥을 알게 되어 가끔 별식으로 냉면을 먹습니다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올려 식초를 면에 직접 뿌린 다음 겨자를 조금 넣고 휘휘져어 국물을 한모금 마신후에

면을 먹어요 또 국물을 마시고 면을 먹고 이렇게 면과 국물을 동시에 먹어야 냉면의 참 맛을 알수있어요"

예전에 선생님께서 시법을 보이셨습니다

 

종로 3가 서울극장엘 가는 날이면 저녁을 을지면옥에서 냉면을 먹습니다

물냉면을 특유의 맑은 김치국에 말아 내옵니다

돼지고기 편육이 일품이지요

이북이 고향인 나이드신 분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장안에 몇 안되는 맛집이예요

 

체인질링과 발키리를 보는 날 중간 타임에 을지면옥엘 가서 돼지고기 수육과 물냉면을 맛있게 먹고

두편의 영화를 다 보고나니 자정이 넘어 퇴근하고......

 

어제는 적벽대전을 봐야한다기에 을지면옥 물냉면을 먹었어요

여름을 제외하고는 그 맛이 거의 일정하지요

냉면을 먹으며 표선생님의 생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불과 한세기전의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의 저 프랑스혁명보다도 더 위대한 몸부림의 흔적을

방방곡곡 찾아다니며 산재한 기록과 대조해 당시의 상황을 재조명하기위해

혼신을 다하신 선생님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냉면을 드시며 호탕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이 하늘님을 많이 닮아 하늘님처럼 사시다 가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