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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내는 숲

jaye syo 2009. 1. 10. 23:55

일본사람들의 편집증을 또 본다

33년전에 죽은 아내의 영혼과 늘 같이있다고 여기는 노년의 시게끼는 요양원에서 무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삶은 두가지의 느낌으로 감지된다고 얼굴색이 편안한 스님의 설법에도 그런가보다 맥이없다

 

어제 저녁 오랜만에 겐뻬이에서 스테미너라멘을 맛있게 먹고 동숭아트센터를 지나다가

나다에서 - 너를 보내는 숲 - 이라는 영화제목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보게 되었다 

 

마치꼬는 사고로 어린아들을 잃고 요양원에 일자리를 얻어 노인들의 시중을 든다

33년전에 죽은 아내 마코의 무덤을 찾아가겠다는 시게끼를 모시고 깊은 산중에 들어간 마치꼬는

시게끼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마지막으로 영혼을 저승으로 떠나보내는 심정을 헤아리며

자신의 아들에 대한 영적인 해원을 하게 되는 줄거리였다

일본의 죽음의 문화는 중국이나 우리와는 다른면이 있구나

 

시작을 아는자 만이 끝을 알리라던 예수님의 말씀이 자연속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최후를 에둘러 표현하신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의 출근길은 편치못하였다

문을 나서는데 전화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대뜸

"오선생 권형이 돌아가셨다네"

"언제?"

"오늘 아침에, 부인에게서 전화를 받았어"

그가 입원하였다는 소리를 한달여전에 들었건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굴 한번 못보고 저세상으로 보냈다

두어달전 이비에스 텔레비젼에 테마기행인가 뭔가에서 그의 여행기를 반가움으로 보았었는데

생각치도 못한 느닷없는 입원이란 소리에 놀람과 걱정이 앞섰다가 그예 그의 죽음앞에 문상을 해야했으니....

"집이래?"

"아니 삼성의료원이래"

뒤늦은 후회가 하루종일 어른거린다

중계동인 그의 집은 퇴근길에 잠깐 들러볼수도 있었던 일이었는데....

 

권형 그대는 이땅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시었오

부디 영혼의 세상이 따로 있다면 좋은 곳을 찾아 영면하시구려

미지의 세계로의 동경이 어디 예서 끝나서야 되겠오?

 

역마살이 나보다도 더 크게 끼어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던 그는 여행기를 책으로 몇권을 내었고

또 그 방랑끼의 바람에 가족들에게 핀잔도 심심찮게 들어야만 했고 

남미 오지의 무전여행으로 강인하던 체구에 무리가 왔던 모양으로 서서히 건강이 약화되었나보다

아 절친한 친구들이 떠나기 시작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