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에서 찰리 정 밴드의 공연을 보았지요
신들린 사람들의 집단 같았어요
박재홍의 노래는 깊이 잠들어있던 소리의 혼을 깨우는 영혼의 울림이었어요
그는 흑인에게서만 발현되는 특유의 창법을 홀로 연마하여 완벽하게 독창적인 창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정철원의 기타에도 치열한 예혼이 실려있어요
일본사람 코 칸자의 드럼에도 신명의 바람이 휘몰아치구요
김경옥의 피아노는 미쳤습니다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가 찰리 정의 기타와 조화를 이뤄 연주되는데 그침이없는 탐미의 끝을 보는듯 했어요
미침의 정화라고나 할까 고요한 쇼팽의 녹턴이 이어지고 ......
한 인간이 어떠한 한가지 주제의 종목에서 만시간을 집중하면 프로가 된다고 합니다
하루에 열시간씩 꼬박 연습을 한대도 3년이 소요되는데 그 연습을 하루라도 빼먹으면 헛고생이라는군요
이병우는 이만시간 공을 들였다면 정철원은 만시간쯤일거라 막연히 짐작하였으나 두사람 다 삼만시간 사투를 벌였다고 생각이됩니다
공연이 끝나자 부실한 점심으로 간단하게 요기했던 배가 푹 꺼졌습니다
신촌에 있는 초졸한 일식집 흉내를 낸 식당에서 우동 오댕 초밥 등으로 저녁을 먹습니다
매로구이 한접시가 나와요
배부르다며 살것 같다며 이제는 더 못먹겠다며 젓가락을 놓은 우리부장님 메로구이에 눈이 반짝입니다
먹이를 가로챈 하이에나처럼 욕심을 부려 다 먹더니 급기야 돌아와서는 토해야되겠다며 화장실로 직행합니다
어렵습니다 식탐을 억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나도 하루가 지나 어김없이 설사를 하고 말았어요
음식의 격이 다르군요
파크뷰의 음식은 목구멍까지 차도록 먹어대도 속이 편하고 소화가 무리없이 잘 되는데
역시.....
-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누가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어요 -
처음 보는 사람이 푸념처럼 말을 합니다
-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
두사람의 대화가 웬지 귓가에 거슬려 쓸데없는 참견을 했지요
"아니 내가 나지 누구냐니요?"
두사람은 황당해 하면서도 힘이 쭉 빠진 어투로 그러게요 하고 맙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머리가 아파요 단순하게 사는 것도 요령이라면 요령이지요 나는 나일뿐입니다 나를 두고 나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요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지지고 복고 살다가 흔적도없이 죽어 없어집니다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고 없애면서 단순하게 사는 것이 좋다니까요"
- 그게 안되니까 그렇지요 -
실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나를 찾는다?
모순이지요
사람이라면 반드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지않을 수 없겠지요
돌맹이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다듬어 축성을 해야 완고한 성이되겠지요 저 견고한 성벽을 쌓듯이 말입니다
저 이는 50년을 살며 나를 만들어가는 일에 소홀했구나
그래서 참된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구나
그래서 헤메는구나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나를 만드는 일을 하나씩 해보라고 권해야겠구나
그리고 이세상 모든 것이 한개라도 내 것은 아니란 말도 곁들여야겠구나
저 이는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
나는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시고 빵만으로 살수가 없다 하셨구나
마누라는 커다란 잉어를 큰 찜솥에 묵은지를 듬뿍깔고 오랜시간 고아 내놓습니다
혼자 독차지하고 먹어댔지요
이놈의 식탐이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군요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해치고 있으니........ 곰탱이 바보 미련퉁이 자책을 한들 소용이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