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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jaye syo 2008. 11. 15. 00:19

은둔. 조연현지음. 오래된미래

 

저자인 조연현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종교의 근원을 천착하여 이땅의 종교의 거대한 폐해를 고발하려는 순수한 열정을 지닌 종교전문기자 정도의 정보랄까

나는 그를 두어번 본 것 같다

겉모습은 좀 거만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의 글은 상당한 깊이를 보여준다

신문을 통해서 그의 글을 접했으나 본격적인 저술로의 책자를 보기는 처음이다

오래된미래(?)라는 출판사의 명칭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벽암록의 대선사들의 어록을 살펴보다보면 뭔개소리를 짓거리는지 정말 머리가 지끈하다

똥막대기라느니 뜰앞의 잣나무라느니 밥은 먹었냐느니 차나 한잔먹어라느니.....

은둔에서는 우리나라의 이름없이 족적만 남긴 대선사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쉽게 소개 되고있다

춘성은 대륜의 생일법회에 법사로 초청되어 많은 대중앞에서 축하법어를 발하였다

단상에 오른 춘성 20여분을 꼿꼿이 앉아있다가

"오늘은 대륜 어머니보살 보지 찟어진 날이다!" 딱 한마디하고 끝

경허는 절집에 여자를 끌어들이고 제자인 만공에게

"며칠간 내방엔 얼씬도 말라" 엄명을 내리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꼼짝을 안한다

궁금해진 만공은 참다못해 살짝 문틈으로 엿보았겠다

벌거벗은 경허가 벌거벗은 여인네를 혀로 핥고있는 것이아닌가

소스라친 만공은 저 미친 노인네를 스승으로 모셨단 말이지 내가 떠날때가 되었구나

갈때 가더라도 인사나 드리고 가자하고 경허의 방으로 갔는데 방에 있던 여자가 경허에게 눈물을 흘리며

"스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가더라는 것이다

알고보니 고름이 흐르는 문둥병환자요 추위에 얼어죽기 직전이었던 사람을 자신의 체온으로 녹이고 상처를 돌봐준 것이란다

 

깨달음이 무엇일까?

구전으로 희미하게 남아있는 자취를 쫓아 이땅의 대선사들의 족적을 더듬는 저자의 탐색은 또 다른 구도처럼 보인다

선방의 잊혀진 신화가 화려하게 부활하여 미려한 문장의 수식으로 우리 곁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읽는 재미가 사마천의 열전 못지않다

 

깨달음이란 결국 삶과 죽음밖에는 없다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확연한 깨침만으로 이들은 대선지식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유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