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회 이건음악회 초청연주회
11월 8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토요일 출근은 늘상 한가했었지요
하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쌍문동에서부터 느림보 주행이더니 수유리에서는 아예 정체입니다
당연히 해도 너무한 지각을 하고 말았어요
이건음악회에 가는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되어 호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게 성장한 여인에게서는 향기가 나요
하늘의 명(命)에는 좋은 운과 나쁜 운이 항상 반반씩 작용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압구정동의 젊은 여성들도 뿌리고 다닌다는 뇌살스런 향수의 향이 옆자석 노년에 접어든 여인에게서 맡아져요
비교적 귀에 순하게 들리는 현의 반복되는 고른 음색은 현대음악의 불협화음을 협화하고도 남아 나른한 잠을 부릅니다
코끝은 점점 짙어지는 남성을 자극하는 비러먹을 향기에 취할 지경이구요
전혀 들어본적이없는 생소한 음악에서 느껴지는 연주자의 기량은 솔직히 가늠이 어려워요
이들의 연주에서 울려퍼지는 현란한 소리의 편안함이란 이미 청중의 반응에서 명징하게 드러납니다
70이 넘은 노익장의 작품이라는데 그 절제된 반복 변주하는 음가에선 청년의 소리가 들려요
냄새에 중독된 코는 자리배정의 원망을 잊어갈 즈음 휴식시간이 오자 다시 머리속을 어지럽히네요
현대음악의 어려움은 모방의 질곡에서 자유롭지를 못하다는데 있을 거예요
한사람은 인도의 민속음악에서 줄기를 취하고 또 한사람은 아프리카에서 특유의 타악을 도입해 창작을 하였다네요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없다는 말을 덧붙여 음악의 세계를 설명합니다
지루한 아름다움이 끝나고 친숙한 아리랑의 선률이 아주 섬세하게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애울음소리같다고 문지르는 현의 소리를 당쵀 싫어하던 선배의 얼굴이 떠올라요
저 소리를 한번만이라도 그 선배가 들었더라면.....
정숙하고도 은은한 아리랑의 가락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애무하듯 쓸고 지나가며 세파의 속기를 말끔하게 소멸 시켜줍니다
서울의 밤하늘이 남산타위의 위용을 열어놓았어요
내님이 보고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