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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jaye syo 2008. 9. 26. 00:12

- 될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더니.....

숙제는 물론이요 예습 복습까지 철저하게 공부하는 남의 집 아이를 보고

그 옛날 엄마는 나를 힐끔 보면서 혀를 차며 혼잣말로 중얼거리십니다

국민학교때 절대로 숙제를 안했거든요

책가방을 방구석에 쳐박아놓았다가 아침에 그대로 들고 학교에 갔으니까요

숙제 안해온다고 담임인 장선생님께 뒈지게 맞았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팔자에 없는 공부를 나이가 들어 반강제로 하게 되었나 봅니다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논어를 보는데 어릴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떡잎 이야기가 있더군요

- 子曰 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암요 어린 새싹중에는 빼어나게 잘 생긴 떡잎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못 생긴 떡잎도 반드시 있습니다

또 빼어나게 잘생겼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놈들도 있는 법이구요

이 구절을 보며 갑자기 알묘조장의 고사가 떠오릅니다 

옛날에는 기나라사람과 송나라사람을 매우 어리석다고 흉을 보았다는군요

어리석은 송나라사람이 덜여물은 이삭을 빨리 자라라고 쑥쑥 뽑아놓았다는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사람들은 성질이 몹시 급하지요

또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토끼란 놈이 방정맞게 뛰어 달아나다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뇌진탕으로 죽자

불로소득의 묘미에 빠져 그루터기 옆에 앉아 토끼가 또 부딪혀 죽기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로도 이들을 비웃고 있어요

 

- 종부세폐지 = 라이언일병 구하기 (한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정몽준

- 물가가 얼마 오르지 않았더라 (시장조사를 몸소 해보겠다며 시장에 가서는) 강만수

 

이렇게 위대한(僞大) 사람들이 정치일선에서 열심히 발로 뛰는데 나라가 아마도 잘 될 거야요

서민들은 점점 더 거지꼴로 변해가든 말든 일터에서 쫓겨나든 말든 상관할바 아니라는 발상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작태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복장이 터지기 일보직전입니다

저 기나라 송나라사람들 보다도 더 어리석은 사람들을 지도자랍시고 뽑아놓은 격이지요

 

그래도 우리엄마는 현명했어요

떡잎이 시원찮다고 그냥 내버려 두었거든요

떡잎이 좋아도 너무 좋았던 사람들이 나라를 이 꼴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혹여 아닌지?

빼어나게 잘 생겼어도 열매를 맺지못하는 놈이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이 딱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