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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

jaye syo 2008. 8. 29. 00:38

나는 내 나름으로 잘 한다고 생각해요
늘 아내는 잘하라고 다그치구요
어떤 때는 불끈 반발이 솟구칩니다
잘하고 있는데 잔소리가 그치지 않으면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은 누구나 짐작이 쉽지요

내몸에 저질러지는 과실에 너무 둔감하면서도
작은 증상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쪼르르 종합검진이다 진찰이다 법석을 떱니다
종합병원은 거대한 불랙홀이지요
한번 빨려들어가면 좀체 나오기 어려워요
아이러니입니다
내몸을 내가 믿지 못하는 처지가 그렇다는 게지요
이해가 되기도 해요
몸에 해로운 짓을 평소에 거침없이 해 대는걸 숫하게 보거든요
담배며 술이며 햄버거 라면 화학조미료 등등
게다가 온갖 향락을 다 누리면서
제대로 된 건강하고 깨끗한 몸을 바라는 자체가
커다란 모순 덩어리일겁니다

20여년전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할때 였어요
며칠동안의 장거리여행은 주유를 자주해야했습니다
시골의 허름한 주유소에서 모르고 불량 휘발유를 공급 받았지요
허! 이게 웬일입니까?
속도가 나질않아요
또 언덕을 만나면 녹킹음이 심하게 나면서
힘이 뚝 떨어지는 거예요
하물며 기계도 이럴진데
사람의 몸에 있어서랴

알게 모르게 내몸에 죄를 짓고 살지요

몸은 신기합니다
스스로의 자정능력이 있어요
외부의 침입에 대한 강력한 방어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요
결국 문제는 나입니다
내가 내몸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내몸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조차 모르는 거지요
몸이 좋아하는 것은 고사하고
싫어하는 짓을 꾸역꾸역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몸을 걱정합니다

몸은 스스로 잘하려고 부단히 애를 씁니다
거기에다 더 잘하라고 검진이다 진찰이다 회초리를 대 보세요
내 몸이라고 고분고분 할까요?

먹는 것 부터 싱싱하고 깨끗하게 먹어야지요

2005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