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상체운동보다 하체운동을 잘 해둬야 돼
지난 14일 연휴를 기대하며 지친 몸을 풀어볼까 목욕탕엘 갔었지요
이게 웬일이랍니까?
텅빈 목욕탕에서 사부님을 딱 만났습니다
스승님과 제자가 빨가벗고 인사를 나눕니다
- 오군 나는 아직도 한번에 백번은 거뜬하게 한다네
하시면서 레슬링선수들의 기초체력단련 기본운동인 기마자세로 앉고 일어나는 실기를 몸소 보여주십니다
- 오군도 한번 따라해 보시지?
멋모르고 허벅지가 뻣뻣해지도록(그렇다고 백개를 한 것도 아닌데) 따라했는가 봅니다
평행봉 후리기 30개쯤은 힘에 조금 부치지만 거의 매일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체력에는 약간의 자신감이있어 하체운동을 열심히 해야한다는 사부님의 말씀에
한살이라도 젊은 제자가 엄살을 부려선 안 되잖아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15일 광복절 16일 토요일 17일 일요일 3일간의 일정을 미리 짜놓았지요
의성에 고구려 신라 백제의 탑들이 한자리에 혼재해 있다는데 이번 기회에 싹 돌아보리라
내친김에 두루 살피리라
김치국에 얹힌다고
아 맥이 탁 풀립니다
토요일 출근을 해야한다는 부장님의 전언 때문이지요
그런데 또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랍니까
양쪽 허벅지에 남의 살 두어근 붙여놓은 것 같이 땡땡하고 알이배겨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가 없는 겁니다
광복절의 황금기를 꼼짝없이 방콕을 하고 말았지요
토요일 어기적거리며 출근을 하였습니다
오후에 일을 얼추 마무리하고 목욕탕엘 또 갔지요
열탕 찜질에 사우나까지 허벅지에 배긴 알을 풀려고 그예 사부님의 건강 지킴이 하체운동을 억지로 해봅니다
그리고는 미련한 곰탱이라고 스스로를 질타해야 했지요
풀리기는 커녕 더 성이 나버렸어요
일요일은 그래서 꼼짝달싹 못했습니다
이 나이에도 사부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딱 걸려 몸 만들기 훈수를 들어야하는 이내몸은 행운이 따르는 인생 아니겠어요?
청계천 헌책방을 기웃하다가 동학과 전통사상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한권을 샀지요
신일철이라는 이름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동학을 어찌 이해하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이분은 "원시동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동학은 전개과정에서 재해석되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 발전하고 변용되었으나 최재우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와
그 스승의 직접적 가르침을 받은 최시형의 사상까지를 원시동학으로 규정해 보았다 1905년 천도교선포 후의
인내천이나 양한묵 이돈화 등의 천도교 교리 전개는 이 원시동학의 적용이요 해석이라고 본다>라고 설명을 덧붙였군요
석학의 칭호를 받으시는 분께서 동학을 왜곡하고 계시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고 있습니다
인내천이라함은 이미 최시형이 무너진 동학조직을 재건하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확대 해석하여 도인들에게 직접 설하신 것이고
현대적 적용이요 해석이라고 한 이돈화의 천도교 교리의 전개는 수운과 해월의 동학을 형편없이 축소시킨
이른바 거대한 인문학의 물줄기를 한낮 종교라는 틀에 가두어 둠벙으로 만들어 놓은 꼴인데
동학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양한묵이나 이돈화의 좁은 이해를 취해 대가답지못한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운은 정통 유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동양인들이 말하는 天이라함은 하늘을 가리킵니다
우리말 표현은 순수한 하늘이지요
하늘님입니다
유 불 선이 들어오기전부터 하늘님이라고 했을 거예요
이돈화의 편협함은 동양에서 말하는 하늘님의 天帝를 한울님이라는 엉뚱한 조어를 만들어 그럴듯한 해설과 함께 퍼트리기 시작했지요
천도교에서는 그들만의 한울님으로 동학을 한정하고 있기에 오히려 일반인들은 동학을 멀게만 느낄뿐입니다
대가이신 신일철선생은 거대한 인문학으로서의 동학을 말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무비판적으로 한울님이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 쓰고 있군요
얼마나 더 지나야 수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동학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헐벗고 굶주린 민중속에서 독사와 같은 관원들의 눈길을 피해
30여년을 한결같이 동학을 실천하시며 사신 해월의 고난이 아직도 계속되는 듯 합니다
사람은 어린아이나 여자나 남자나 가난한자나 부자나 천한 신분이나 고귀한 신분이나 모두 하늘님이다
하늘 어딘가에 우뚝 존재하고 계시다는 하늘님만 섬길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하늘님 섬기듯 誠 敬 信을 다해 섬겨야하느니라
우주만물이 다 하늘님이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