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개고기 먹지말라고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없다고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말씀하셨지요
어려서는 정말로 부정타는 줄 알고 개고기라면 냄새도 맡지않을 정도였어요
나와 아주 친했던 친구 엄마는 개고기가 좋다며 아들은 물론이고 내게도 적극 권했습니다
엄마의 말씀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나이가 들어 개고기를 먹어보기로 했지요
노린내에 그을린 냄새가 역하고 별 맛도 없었어요
이런 것을 뭐가 맛있다며 여름만 되면 그리 먹어댄단 말인가 회의가 몰려왔습니다
엄마의 말씀대로 재수가 있는지 없는지는 고사하고서라도 개고기는 먹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95년도에 중국연변으로 여행을 갔었지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목표로 조선족 안내원의 일정에 따라 저 훈춘까지 가보기로 했어요
나는 고구려의 서울이었던 집안을 꼭 보리라 작심을 하고 따라간 것인데 물거품이 되었지요
그때만 해도 중국이란 곳은 어수선한 면이 많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개인행동을 말리더군요
고구려무덤의 생생한 벽화를 내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을 계획한 후배녀석만 무지하게 닥달하는 것으로 서운함을 달랬지요
길림에서 백두산의 거리가 참 멀었습니다
우리의 옛시골길을 연상케하는 좁은 비포장길의 몇시간 달려 백두산에 올랐을때
그 웅혼한 천지의 모습을 보고 우리민족의 영민함이 거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각성이
저 깊숙한 잠재의 무의식에서부터 꿈틀대며 일어남을 느꼈습니다
7월인데도 아직 녹지않은 눈하며 산더미 같이 쌓인 그 눈을 뚫고 장쾌하게 떨어지는 백두산 폭포를 바라보는
장관은 형용할 수 없는 새로운 웅지를 가슴에 새기게 해주더군요
조선족 안내원은 갈길이 멀다며 서두릅니다
맑은 하늘과 검푸른 천지의 영험한 모습을 마음에 가득 담아 돌아섰지요
허기를 그제야 감지합니다
식후경이라는데 먹고 갑시다
한참을 내려온 백두산 자락에 허름한 식당이 있어 자동차를 세우고 들어갑니다
단고기를 파는군요
개고기를 먹는 사람과 먹지않는 사람이 갈려 따로 음식을 주문하여 달게 먹었지요
물론 나는 개고기를 먹지않는 사람들 틈에서 허기를 달랬습니다
그런데 개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이구동성 찬탄을 금치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개고기는 난생처음이라며 한점만 먹어보라고 강력하게 권하기까지 합니다
에라 저리 권하니 얼마나 맛이있는지 맛만이라도 보자
아 맛을 보는게 아니였어요
이미 식사가 다 끝나고 배부른 판에 한접시를 더 시켰다니까요
개고기가 이렇게 맛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덜컹대며 비포장길을 달리는 차안은 금새 조용해지고
얼마나 달렸는지 모를 지점에서 자동차가 푸르륵 푸르륵 대더니 서 버립니다
일행은 모두 내려 자동차를 밀었습니다
그런데 쉽사리 발동이 걸리지 않아 시쳇말로 좃빠지게 밀어야 했어요
겨우 발동이 걸려 자동차에 올라타서 한숨돌리는 중에 불현듯 엄마의 말씀이 떠올라요
- 개고기 먹지마라 개고기 먹으면 재수없다
젖먹던 힘까지 용쓰듯하며 다섯번이나 자동차를 밀고나니 녹초가 되었지요
개고기 때문에
- 오선생 나 옥남이요 일이 이제 끝나서 전곡엘 가려하는데 시간이 되면 같이 갑시다
그 놈의 올림픽개막식 때문에 겨우 한시간이나 잤을까?
몇개월 필리핀에 가있던 딸이 토요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다고
짐이 많으니 차가지고 마중 나오라고 합니다
비몽사몽간에 길을 나서 겨우 시간 늦지않게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딸을 데리고 돌아와서는
잠깐 졸고있는데 전화가 울려요
- 전곡친구들 모임인데 개를 한마리 잡는댜 의향이 있으면 내가 모시고 갈테니까 편하게 결정하셔
동막골 심방계곡이란 말에 홀딱 넘어가고 말았지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만날때만 반갑고 시들해지기 일수입니다
엄마가 재수없다는 개고기를 몇점 또 먹었지요
교통이 지극히 불편한 곳에서 집에까지 오느라 차를 몇번이나 갈아타야 했습니다
저녁노을 넋잃고 바라보는 황홀경을 빼고는 이렇다할 감흥이 없는 날이군요
개고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