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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사 (花巖寺)

jaye syo 2008. 7. 30. 00:52

십여년전 석굴암에 갔을 때 자료사진을 찍으려고 관리하시는 스님을 만나 부탁을 드렸더니

암자를 지키시는 보살님에게 문을 열어달라하여 잠깐 들어가 사진 촬영을 하시라 친절하게 일러줍니다

- 안됩니다

얼굴모습이 앙칼지게 생기신 보살님의 단호한 일갈에 그만 실색하고 말았지요

그 바람에 두번걸음을 하여 관리스님께서 몸소 왕림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습니다

보살님은 그만 얼굴을 붉히고는 뭐라고 투덜대시더니 어디론가 가버리더군요

 

불화첩에 목재로 만든 부처님을 도끼로 뽀개서 불을 피우고

대머리 훌떡 벗겨진 스님께서 언 궁둥이를 쬐며 몸을 녹이는 장면이 그려진 그림이 있어요

형상화된 부처님은 그저 형상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이미 깨달음이 형상의 부처님을 넘어 내마음이 곧 부처일진대 저 형상은 땔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석굴암 부처님이야 워낙에 돌로 되어 불을 지필 수도 없고 아무짝에 쓸데없는 것이련만

다만 문화제적 가치가 출중하야 국보다 보물이다 영세토록 보전하려는 것이지요

보살님의 코딱지만한 알음알이가 참 가련하기도 했습니다

 

천년고찰이라는 말에 혹하여 화암사엘 갔습니다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길 아닌 길이 열리고 급기야 146개의 가파른 철계단이 절간으로 안내합니다

대문이 굳게 잠겨있고 인적이 전혀없어 주변의 길을 살피다가

텃밭이 있는 뒤뜰을 돌아 샛길로 살짝 절마당에 스며들었습니다

-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저녁예불인지 관세음보살을 되뇌입니다

고양이발걸음으로 기도에 방해되지않게 살살 다니며 사진을 찍어요

그러다가 아차 실수로 기척이 들켰나 봅니다

- 아이쿠 깜짝야 아니 문이 잠겼는데 어디로 들어왔어요?

중인지 보살인지 인상을 고약하게 찌푸리고 대뜸 소리를 질러댑니다

- 죄송합니다 멀리서 왔는데요 뒷쪽으로 길이있어 들어왔습니다

- 여기는 다섯시면 문을 걸어요 다음에 일찍 오셔서 보시고 빨리 나가세요

-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관세음보살을 연발합니다

참 고약한 중인지 보살인지 참 알수없는 불제자입니다 

극락전에 모셔진 부처님전에 죽어지면 극락왕생을 빌어마지않는 것인지 관세음보살을 수도없이 외치는군요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관세음보살이 웃을 일입니다

찾아오는 중생을 맞이하지는 못할망정 문전박대를 일삼다니

극락은 커녕 지옥을 기웃거리는 짓거리군요

 

철계단을 오르는 중간에 윗쪽을 봅니다

 

요건 아랫쪽을 보구요

 

연화보살께서 옷을 벗으시고 물을 맞으셨다나요?

은근히 자랑을 하시네요

 

첫인상이 심상치않습니다

 

이 문이 출입문 같은데 사람이 지나는 흔적이 없습니다

의아했지요

 

돌담을 참 견고하게 둘렀습니다

 

텃밭에 가지며 호박 고추 도라지 등등을 가꾸고 있어요

나오는 길에 인상 험상궂게 지으며 꾸짓던 중인지 보살인지가 괘씸하여 가지 몇개 고추 몇개를 따가지고 옵니다

가지는 날것으로 맛을 보며 관세음보살을 연발하는 저 못된 불제자를 성토했어요

 

극락전의 지붕입니다

옛기와를 싹 걷어내고 새기와를 얹었군요

 

구조가 참 정감이 흘러요

처마와 툇마루 마당의 수직구조가 참 잘 어울립니다 

저 물빠지는 구녕을 보세요

 

굴뚝은 어떻구요

온갖 화초가 둘러 꽃을 피웁니다 

 

요리로 살짜기 내려갔지 뭡니까

  

부도가 딱 한개 있는데 모양이 너무너무 소박합니다

 

마른 북어 두드려 맞듯이 뒈지게 맞았나 봅니다

 

해가 서산에 기울어 흐릿합니다

구조양식이 우리나라에 딱 한개뿐인 건물이랍니다

 

 

지붕의 이음새를 보셔요

침범하고 양보하고 덮고 덮히고 ...

어! 연화보살님이 살짝 보이는 것 아닌지

 

절간의 아름다움에 취했지요

 

물길을 이렇게 돌리기도 하는군요

 

문간에서 피고지고 합니다

 

누문(樓門)형식으로 지어졌지만 정작 출입문은 따로 만들었어요

이 절은 산속에 파묻혀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인적이 드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