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지다는 인상이었다
여덟시간 반이라는 춘향가 완창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는 이미 그의 소리는 완숙의 경지였고
차례로 다섯바탕을 다 완창한다는 것은 여성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소리공부의 치열함과 열정이 없다면 결코 이룰수없는 일개 소리꾼으로 꿈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적벽가만 하더라도 이미 스승이었던 동초선생이 타계하고난후 선생의 녹음음반으로 익혀 완창을 하였던 것이다
남들 다 하는 결혼도 마다하고 소리에만 매진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니
오정숙이라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오직 판소리가 전부였던 셈이다
국악계의 큰별이 떨어졌다
그의 타계소식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왜 진작 그의 완창 판소리공연을 한번이라도 더 가보지 못했더란 말이냐
솔직히 오정숙명창의 소리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는 말할수없는 이상한 이유가 있다
천성이 남성명창이 부르는 걸걸하고 힘있는 목소리에 매료된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칠줄 모르는 오정숙명창의 결기와 열정에 반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약간 혀가 짧은 듯한 발성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렬적인 창은 나의 모든 감성을 자극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애석하도다
다시는 그의 육성을 듣지못하게 되다니...
삼가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