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석불좌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산성비바람에 풍화가 심하다고 거대한 목조건물로 덧 씌웠다
그것도 최근에
이 미륵형상에서 백제인의 경쾌하고 위대한 예혼을 본다
대좌의 형식을 미루어 고려시대라고 시대구분을 해놓은 듯 하나
석불의 몸체 머리 모자 등등 조각 조각 살펴보면 이 조형물이 한시대의 산물이라고 보기엔 무리이다
머리가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하는데 오히려 몸체가 후대의 작품이 아닐까?
또 고려시대의 작품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로 백제인은 저렇게 커다란 석물을 만들지 않았다고도 한다
어쩐지 그 근거가 어색하다
우리의 불교문화재는 파괴와 복원의 연속이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찬란했던 백제의 유적이 거의 남아있지않은 것을 보더라도
전란중에 신라인들의 철저한 파괴행위를 능히 짐작할수있으리라
저 미륵불의 조형은 뛰어난 석공의 조작이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이 탁월한 백제인의 후예로 이름없는 민초들의 작품임에 틀림없으리라
무차별 파괴된 석불의 머리통이 굴러다닌다
불심이 깊은 사람들이 어찌 그냥 보고만 있었겠는가
그럴싸한 몸돌을 찾아내 대충 다듬어 머리를 올리고 모자를 씌운다
약간의 조형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가능한 일일진대
백제의 예혼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사람들임에랴
이 미륵불을 보노라면 유치한 추상과 구상의 선후논쟁이 무색하다
시경에 나오는 절차탁마의 표현을 빌지않더라도
신라의 석굴암 본존석불은 예민한 기능을 지닌 인간이 신기에 가까운 손끝의 미감으로 조성하였다
몇번이고 가서 보지만 불인한 인간들이 두꺼운 유리막으로 가려놔
불행하게도 절묘한 조형의 절차탁마의 미감을 몸으로 느낄수가 없다
하지만 백제의 이 석불은 구르고 깨지고 저절로 깎이고,
몇번이고 허물어진 것을 비용 변변이 들이지않고서도 척 꿰맞춰 멋들어지게 만들어 놓았고
의문 많고 호기심 많은 나같이 못난 사람이라도 세세히 살펴 몸으로 느낄수있게 해놓은 것이다
백제에 살던 민초들의 심미안이 한 수 위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표정을 보라
저 미소 얼마나 정감이 넘치는가
몸통을 보라
저 추상적인 균형미가 바라보는 이의 눈길마져 흔들어 놓지않는가
이 아름다운 백제인의 조형물을 한 시대에 국한시켜
한참 후대인 고려시대의 유물이라 평하는 것은 역시 무리가 아니란 말인가?
이 또한 패망이후 끈질기게 이어오는 백제폄하가 아니고 무엇이랴
모든 종교 신앙은 하늘이 열려있어야한다고
하늘이 가려지면 순수함이 변질된다고
하늘이 가려진 곳에서는 부끄러운 짓을 할수있다고
저 미륵불은 인간의 짓거리가 한심하다고 여기지는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