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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jaye syo 2008. 5. 20. 22:21

텃밭에서 상추며 쑥갓을 한아름 솎아다가

윤기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에

묵은 김치에 돼지고기와 커다란 산낙지를 고추장에 버무려 보글보글 끓인

맛있게 군침도는 찌개를 점심으로 먹고

그득한 배를 쓸며 햇살 좋은 낙산을 어슬렁 올라요

어제 내린 비에 흠뻑젖은 대지가 초여름 뜨거운 볕에 뽀얀 수증기를 마구 뿜어

바람은 시원한데 사람은 물론 초목조차 나른한 모양새 입니다

도심의 담장에 드디어 불덩이 같은 장미가 만발하고

희미하게 윤곽선만 보이는 인수봉은 연지에서 솟는 꽃봉 같고

삼각산의 푸르름이 창경궁 창덕궁 비원으로 한줄기 뻗어 종로통까지 내려와

저 더운 건물들을 식혀줍니다

모란이 지니 작약이 피어나고

대낮의 화사한 향 풍기는 아카시아꽃잎 떨어지면

어둔밤 야한 향 폴폴 내뿜는 밤꽃이 또 어지럽겠지요

하늘아래 산천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보일듯 말듯 저 후진 건물에 사시는 저이는 왜 망가트리지 못해 안달일까?

 

박달나무는 귀신을 쫓는 홍두깨로

도깨비가 못된 인간 다스리는 장대방망이로

안채 시어머니 며느리 다듬이 방망이로

소박하게 아껴 쓰던 귀한 나무였건만

일본놈들 독도 강탈하려 듯 마구 베어내 씨가 말랐는데

낙산 공원에 박달나무나 심지

우선 먹기 곳감이 달다고 마구다지 잡목들만 잔뜩 심어

이게 육백년 도읍 좌청룡인지

시골동네 지렁이 꼴인지

 

날씨는 기막히게 좋은데 내님은 연락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