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전곡리 구석기축제

jaye syo 2008. 5. 5. 11:13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한탄강을 삼팔선 푯말이있는 옛 이차선 다리를 건너 유원지쪽으로 난 샛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사랑동 벌판 초입에 어마어마한 공간을 임시주차장으로 꾸미고 그리로 진입차량을 몽땅 집어넣는군요

안되겠다싶어 다시 나와 전곡시가지에 있는 옛집에 차를 세우고 간단한 볼일을 보고

새로 커다랗게 지은 하나로마트에 차를 주차하고 후문을 통해 유적지로 걸어갑니다

진입차량 통제 때문에 경찰과 해병출신 자원봉사자들이 불어대는 호각소리가 몹시 시끄럽고

성능좋은 앰프에서 울리는 각설이타령 비슷한 장타령이 또한 고막을 멍하게 해요

넓은 잔디밭은 아이들을 위한 위락시설이 빼곡한데다 수없이 몰려오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군요

한쪽에는 간이음식점이 점령하여 묵이며 전이며 소주 막걸리를 무제한 방출합니다

지역에서 목에 힘주시는 시인묵객들이 모처럼의 전시공간을 화려하게 장식하였구요

원시인흉내의 젊은 청년은 흐리고 서늘한 날 벌거벗은체 맨발로 인파사이를 무리지어 누비고 다니네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허전합니다

전곡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시큰둥 별 감흥이 없네요

부지불식간 지역주민과 관계없는 외지인들의 잔치라는 소갈머리없는 편협한 생각이 이들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군요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나요?

요식업이나 숙박업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야하는 건데 철물점을 하는 사람에게 물었으니 경제타령이 나올 수 밖에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흥겹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 같습니다

 

어디를 가나 먹고 마시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민족입니다

작품을 출품전시한 문선생과 박군은 벌써 거나합니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또 술판을 벌리는군요

 

일본의 하이쿠가 멋지게 음율을 맞춰 영역되어 서양구미의 독자들을 영광케 한다고 합니다

우리말의 간결함이 돋보이는 하이쿠 비슷한 아름다운 시가 그림판에 곁들여 벽면에 척 걸려있어요 

사과를 그린 정물화 한점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왜 하필 백낙천의 비파행이 이때 떠오른단 말입니까

강주사마로 좌천하여 귀양아닌 귀양살이 신세에 오랜만에 만난 귀한 벗과 이별이 아쉬워

어스름 달밝은 저녁 강상의 배에서까지 이별주를 나누는데

은은하게 들리는 고고한 비파소리에 귀가 번쩍 놀라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몇번을 조아려 한곡을 청해듣고

가련한 인생사의 공감에 옷소매가 흥건하게 젖도록 눈물을 흘렸다던 그 비파행

백거이는 촌동네의 보잘 것 없는 잡새들의 울음소리와 같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수준의 음악에

울적함을 달랠길 없었는데 장안의 명가에서나 들을 수 있는 비파소리에 그간의 회포를 다 풀어버린 거지요 

원색의 강열함에 정교한 붓질이 구현한 꽉 깨물면 과즙이 찍하고 튈 것 같은 싱싱한 사과가 그림속에 있어요

 

축제속에 구석기의 이미지는 겉치례에 불과하군요

느지막하게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밤에는 가수들의 공연이 있다나요?

비 때문에 발이 묶여 꼼짝없이 먼 발치에서 공연까지 보았지요

역시 시골사람들은 정말 성의없는 공연에도 열광을 합니다

아니 무대는 으리번쩍하게 설치를 해놓고 녹음테잎 달랑 걸어 공연의 폼만 한껏 잡아요

 

비오는 밤 술취한 문선생과 박군은 무사할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