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벗 내외와 셋이 국립극장에서 이광수선생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안내서를 보니 16일 공연과 17일 공연의 내용이 다르군요
17일 공연은 소위 퓨전이라는 꼴로 피아노와 드럼을 양 옆으로 배치하고 중앙에 사물팀과 어우러져 합주를 합니다
덕담이 오롯한 비나리가락이 현대무용의 안무에 이어 무대를 열어요
체격이 크고 당당한 예쁜 여성이 피아노를 치는데 임동창이후 그렇게 괴력의 파워를 과시하는 연주는 처음입니다
서양의 악기와 우리의 악기가 한자리에 있으니 비교가 수월하지요
역시 우리악기가 불리합니다
현란하게 꿍꽝대는 소리의 틈을 단 피아노 한대가 압도하며 자유자재로 들고 납니다
드럼은 어떻구요
모든 소리를 덮어버립니다
단지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가 조화를 적절하게 이끌어 소리를 예쁘게 낼 뿐이었어요
사물만의 잔치에서는 흥이 고조에 달할때 우리의 저 단순한 악기를 칭송합니다
소리에서 밀리고 악기 고유의 기량에서는 현저하게 차이가 더 나고
늘 보아온 단순한 기량으로 매번 연주를 비슷하게 치고 두드리는데 사물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반면에 피아노와 드럼의 다양한 변주와 온몸을 날려 건반을 때리고 누르고
드럼 막대가 하늘에서 춤추듯 별 소리를 다 구현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경이입니다
김대환선생이 환생한 것 같았어요
이광수 특유의 회심곡이 묘한 재즈의 선율을 타고 흐름니다
연이틀 공연에 기가 쇠하였군요
그의 회심곡은 기존의 회심곡과는 달리 신명이 가미된 어깨춤을 유발시키는 흥이 있지요
안타깝게도 목소리에 힘이 빠졌습니다
그러나 귀한 무대였어요
이광수의 소리에 독무로 출연한 남자무용수의 안무에 넋을 잃을 정도였으니까요
사람의 몸이 아름답다는 걸 다시 확인 시켜줍니다
춤사위로 다져진 완벽한 균형미에 흐느적 유연한 율동이 눈길을 사로잡아 무엇 하나 빠짐이 없군요
김소희명창을 닮은 젊은 소리꾼이 상주아리랑을 퓨전재즈의 반주에 맞춰 구성지게 부르는군요
아리랑~ 의 첫음절에서 엇박을 내더니 이내 평정을 이룹니다
상주아리랑은 김소희명창의 소리를 능가하기가 매우 어렵지요
그만큼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민족 설움의 정서가 짙기 때문입니다
어여쁜 젊은 소리꾼의 구음이 아직 미숙하군요
퓨전이란게 잘하면 그저 봐줄만하고 아니면 좋은 음악을 망쳐놓기도 합니다
남녀 세명씩 여섯명이 나와서 추는 역동적인 춤은 생기발랄합니다
이들의 몸놀림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황홀경에 빠졌지요
그러나 역시 연습의 부족이 동작의 부조화를 보입니다
영국의 발레나 러시아의 발레가 각광을 받는 것은 그들의 군무가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는데에서도 기인합니다
완벽한 연습에 성의있는 무대를 무시로 볼수있다면.......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같이 간 벗의 차를 타고 한성대역까지 왔지요
김덕수가 돋보이는 것은 지독하게 연습을 하는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