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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

jaye syo 2008. 4. 9. 23:10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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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내마음도 함께 따 주오

 

이른 아침 잔자갈을 깔아놓은 마당 한쪽에

제비꽃과 노란 민들래가 피어났어요

콘크리트 도심의 한가운데 어릴적 봄이 찾아온 것이지요

가사도 다 잊어 까마득한 저 노랫말이 나도 모르게 콧김으로 줄줄이 나옵니다

 

관념과 자연이 다 구비된 격조있는 노랫말이라며 즉석에서 해설에 들어갑니다

술판의 위력은 이래서 흥겹습니다

산에 들에 피는 꽃은 자연의 현상이고 내 마음이 핀다는 것은 사회적인 현상이니

자연과 사회의 순리철학적 관점을 묘사한 것이고

꽃만 말고 내마음도 함께 따 주오라는 것은 자연과 사회의 융합을 말하는 것이니

이것이 진정한 우주의 회통이 아니고 무엇이랴

 

운하만 파지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요

미국도 부시가 8년을 해먹었지만 별일없이 지나갔잖아요

우리도 5년만 지나면 또 싹 바뀌니까 편하게 생각합시다

동료의 한마디에 모처럼 술판의 근심을 다 털어내는군요

 

내게 소주 한잔에 맥주 두잔은 과한 취기를 동원합니다

추적이는 비를 우산으로 가리며 전철을 타러 나섭니다

비오는 성북동 고개를 넘고 정릉을 지나 우이동을 거쳐 도봉산으로 자동차길을 그리며

혜화역 지하계단을 뚜벅뚜벅 내려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