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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jaye syo 2008. 3. 23. 03:03

- 설명서도 안 보셨나요?

  한 캡슐을 다섯으로 나누어 먹어야 해요

 

먼곳에 계신 님이 서울에 오시는 날이었습니다

아 예정에 없는 엉뚱한 일이 벌어졌어요

고대 최교수의 느닷없는 방문이 그러했고 일본에 사시는 교포 내외분의 방문이 그러했습니다

북한에서 만든 네오비아그라를 관절염에 좋다고 보내주신 분들이었지요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보내주신 비아그라를 시험삼아 먹고

죽다 살아난 이야기를 했더니 놀라시면서 일본에 있는 식구들은 오래도록 먹었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찌된 영문이냐며 되묻습니다

그래서 한캡슐을 한입에 털어넣어 꿀꺽 삼켰다고 했지요

깜짝 놀랍니다

설명서에 조금씩 나누어 먹으라고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는데 안 읽어보았냐고

참 미련하다는 눈초리로 미안함을 보냅니다

 

총련 소속이지요

북한과 남한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람이라서

어느쪽이 좋으냐 빤한 질문을 하였더니 북한은 조국이요 남한은 고향이라고 우문에 현답을 합니다

신촌에서 저녁을 대접하고 째즈카페 문글로우엘 모시고 갔어요

한충은의 대금은 경이롭습니다

또 젊은 째즈연주팀의 공연은 새로운 감흥을 주는군요

 

교포의 주된 관심사는 민족의 정체성을 알아내는 것이더군요

창덕궁을 보았답니다

한국어 설명과 일본어 설명이 있는데 서툴지만 한국어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일본어 설명팀을 보니 얼마나 사람이 많던지 놀랐답니다

고궁을 찾는 사람중에 한국사람보다 일본사람이 훨씬 더 많더라는 겁니다

 

엇그제는 경주를 방문하여 남산엘 올라 외딴곳에 있는 할미바위를 보고

일본의 문화와는 비교도 할수없는 조국의 고대문명의 깊이를 느꼈다며

일본사람은 물론이려니와 일본에 사는 교포들도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안타까워 하십니다

불국사의 모습이나 토암산 석굴암의 부처님이야 워낙 유명하여 그러려니 했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없는 할매바위를 보는 순간 감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고

일본인에게 평생을 눌려 살아온 열등감이 우월감으로 바뀌는 통쾌함을 맛보았다고 말 합니다

 

저녁무렵부터 슬슬 날리던 빗방울이 마른 대지를 흠뻑 적시는군요

자정이 넘어 이들이 묵고있는 신라호텔까지 바래다주고

집에 오니 한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원인은 설명서를 꼼꼼하게 살피지않고 과다복용을 해서

그 부작용의 여파로 지독한 몸살을 앓게 된 것인가 봅니다

 

그것도 모르고 북한에서 만든 네오비오그라의 엉터리 약리작용을 성토했으니....

 

먼곳에 계신 님에게는 참 미안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