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락은 골마다 나름의 멋을 간직하고 있다
수유동 산골짝 골목을 헤멘 끝에 겨우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볼일을 다 보고 되돌아 나오는 중에 "조병옥 묘소"라는 팻말이있어 잠깐 둘러보았다
자동차를 세워둘 곳을 물색하는데 성벽처럼 견고한 건물과 담벽이 나타나고
차길은 웅장한 철문이 열려있는 성안으로 쭉 연결되어있어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엉뚱하다
언듯 보아도 무당처럼 생긴 아주머니에게 이 길이 조병옥박사묘소로 가는 길이 맞냐 물으니
이곳은 기도원이고 이 윗쪽으로는 길이 없다며 문밖으로 나가 물어보란다
계곡 한 구릉을 다 차지하고 강건하게 자리잡고
영락문인지 염라문인지 문자의 모양이 애매하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한민족이 모두 한가지색으로 도배되면 결국 다양한 창조적 조화가 사라진다
벽면의 부조가 참으로 묘하고
우리 산천과 너무도 부조화스런 아주 이질적인 장면으로 봐주기 어색하다
금강산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찬양문구가 즐비하다는데 ....
자연스런 산천의 모습을 꼭 저렇게 해야하는 걸까?
기도원의 외형이 요새나 다름없다
기도원에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하다는데 또 놀랐다
영원한 낙원이 이곳이란 말인가?
수구문에도 철문이 빗장 채워져 있다
낙원으로 통하는 문은 늘 빗장을 채워놓고서 .....
옛성문을 발불케 한다
이 길을 따라 올라왔는데....
드디어 조병옥 묘소에
규모가 대단하다
죽고 못사는 사이라도 되는 양 조병옥 무덤앞 한쪽에 따로 조성된 그의 부인 노여사의 무덤곁에 나무가 얽혀있다
아 부인의 염원이련가?
누군가는 또 이 모양이 미워서 사정없이 가지를 쳐내고
아마도 종교가 이들 부부의 사후를 갈라놓은 듯하다
저 십자가 문양대로 부인의 종교는 기독교일 것이고 .....
석물은 구색을 갖추었으나 뒷쪽 남편의 무덤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화병을 아담하고 무게있게 화강암으로 만들어 놓았고
추모의식이 있었는지 일회용 화환이 어지럽다
왕릉이 부럽지않을 정도이고
비석의 받침돌에 새겨진 문양을 보면 조병옥의 종교는 불교였나보다
산마루 능선의 흐름 끝자락을 뚝 잘라 무덤을 만들었는데
석수의 표정이 누굴 닮았다
역시 비슷하다
누가 저 나무를 하늘에 거꾸로 매달았을까?
고루하다
평생을 살을 섞고 자손을 낳아 잘 기르며 한집에서 살아냈는데
왜 죽어서 같이 묻히지 못했을까?
왜 꼭 부인의 묘를 곁방살이 취급으로 초라하게 따로 만들어야만 했을까?
죽은 사람보다 산사람들의 종교적 아집이 이들을 갈라놓은 것은 아닌지....
모처럼 봄을 한껏 마시며 한적한 계곡을 활보하였다
황사만 없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