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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jaye syo 2006. 4. 10. 00:42

"아들의 아들은 무엇입니까?"

"손자다"

"손자의 아들은 무엇입니까?"

"증손자다"

"증손자의 아들은 무엇입까?"

"현손자다"

"현손자의 손자는 무엇입니까?"

"알 수 없다"

"아버지께서는 실권을 쥐고 제의 재상으로서 지금까지 삼왕*을 섬겨왔습니다

그 동안에 제의 국토는 확장된 바도 없는데 반해서 아버지의 한 가문중에는

천만금의 부력을 축적했는데도 문하에는 단 한 사람의 어진이도 볼 수 없으니

웬일입니까? 제가 듣기로는 장군의 일문에는 반드시 장군이 나고 재상의 일문에는

반드시 재상이 난다고 하는데 지금 아버지의 후궁에는 미인들이 아름다운

비단옷을 질질 끌고 있습니다만 사인들은 짤막한 웃도리 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노비들은 기름진 쌀밥과 고기가 밀리고 있는데

사인들은 쌀겨나 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버지께서는

오히려 후하게 축적하고 저장을 남겨서 알 수 없는 그 누구**에게 그것을 주려고

하시면서 국력이 날로 쇠퇴해가는 것은 잊고 계십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의 안락과 가문의 영예만을 위한 부의 축적을 염려하여

어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충언을 서슴치않고 드리는 장면이

사기열전 맹상군편에 실려 있습니다

 

얼마전 삼성이 시끄럽더니

현대가 뒤를 잇는 군요

면죄부를 재물로 산다?

삼성의 팔천억원 사회환원이라

이것으로 법망을 잠재운다?

재벌과 정치의 주체가 묘한 이해관계로 나라의 법질서 마저 어지럽히는 군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영원한 진리가 되는 셈인가요?

현대의 면죄부는 얼마일까에 관심을 벌써부터 돌리려는 조짐도 보입니다

나라의 꼴이 한심하다고 혀를 차는 사람들조차

껍데기의 화려함 만을 바라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 수 없구요

 

얼만큼이나 격어야 제대로 잘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까?

 

*제나라의 위왕 선왕 민왕

**아버지가 알 수 없다는 대답에 대하여 하는 말

***사기 맹상군열전 사마천 홍석보역 삼성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