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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하다

jaye syo 2006. 4. 5. 22:54

먹는다는 것

굶주림

어릴적 기억으로 좋은 음식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란 불과 몇일 정도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옛날처럼 여겨집니다

배탈은 왜 그리 자주 났는지......

요즘은 좋은 음식으로 골라서 배불리 먹고 삽니다

전에는 버리기 아깝다고 먹어대서 배탈로 이어졌지만

오늘날은 맛있다고 마구 먹어대서 탈이 납니다

 

출근시간이 일러 아침을 일찍 먹어요

11시쯤 배가 출출합니다

이층에서 젊은 박과장이 내려와요

컵라면을 먹으려고 주전자에 물을 적당히 담아 끓이고 있는데

"아침을 안먹고 오는날은 꼭 점심이 늦어요"라며

혼잣말로 투덜거려요

"박과장도 먹을거야?"

"예"

"그러면 주전자에 물을 조금만 더 넣어"

 

컵라면에 크래미 서너개를 넣고

펄펄 끓는 물을 확 부어 면이 적당히 익을 때를 기다리지요

 

"어제 논어 학이편을 강독하는데요 요즘은 해석이 달라졌어요

食無求飽*를 해석하는데 아무 음식이나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치성이 농후한 고급음식을 말하는 것이래요

라면을 배부르게 먹을 수도 있고

물을 많이마셔 배가 부를 수도 있다고 하면서

여기서 군자가 배부르게 먹는 행위는 특별한 고급음식을

가리키는 거래요"

"시대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누만"

"그런 셈이지요" 

 

배부름에는 항시 부작용이 따릅니다

이태백이나 두보는 거의 동시대의 인물이지요

이태백은 장진주에서 보듯 먹고 마시는데 별 어려움 없이

그런대로 잘 지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보는 대꼬챙이 같은 성격에 변변함이 없어

매우 빈한한 생활을 한 것 같아요

말년에 유명한 장군이 두보를 알아보고

정중하게 초대하여 산해진미를 대접했지요

너무 굶주리다 맛있는 음식을 대하고는 그만 과식을 하여

그로인해 죽음을 맞았다고 합니다  

 

군자는 거친 음식이든 향기로운 진수성찬이든

배부름을 구하지않는 것이지요

과학적 성과에서 보더라도 배부름은 온갖 잡병을 이르키는 원인이 됩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군자라 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구요

논어가 성립한 이래 전통적인 해석은

그냥 배부름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음식의 좋고 나뿜을 가리지 않았어요

 

라면을 먹으면서 웃었습니다 

 

체했나봐요

과식을 했거든요

손가락을 땄습니다

시커먼 피가 맺혀요

 

* 논어 학이 제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