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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jaye syo 2006. 4. 3. 00:12

"포도주와 복분자술, 백세주를 섞어서

한잔 마시고 새벽2시에 잠을 청한다"며

진동과 더불어 문자메세지가 뜬다

웬 뜬금없는 술타령?

 

십여년전

모임에서 작지않은 소동이 있었다

 

그녀는 붙임성이 있어

금새 친분이 쌓이고 의사소통에 가식이 없다

그런 연유로 허물없는 말들이 오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사람들과의 고리에 그 일상들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사건이 생성된 것이었다

입이 가벼운 것인지

경망한 성격이 두꺼운 꺼플을 벗고

살며시 드러난 것인지

당장의 수습에서는 판별이 어려워

삿된 파장이 길고 깊이패여

모임의 판갈이가 불가피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결국 사단의 발생과정의 정점에

가냘푼 그녀가 달랑 떠올라

소위 왕따의 대상이 되고

아무도 돌아보지않는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의무로 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던

내가 꿩총을 멜 수밖에 없었다

 

"5일을 불면에 시달리고 오늘은 유기농 상추를 갈아

우유와 함께 즙을 마시고 시험삼아 밥도 쌈으로"라는 문자가 또 뜨기에

통화버튼을 누른다

신통하지 먼저 난줄알고 인사부터 전해진다

"안녕하셔유?"

"갑자기 웬 불면?"

"글쎄 몰러유 인삼주도 먹어보구 술로 달래보지만 안되네유"

웃음기섞인 충청도 느린말이 둥글게 구른다

"술로 달랜다고 되남? 몸만 축나지 약은 딱 한가지여"

"뭐래유"

"신랑하고 찐한 사랑을 나누면 돼 색스가 약이야"

"나는 안돼유 언제부턴가 물이 마르고 감각도 없어졌어유"

 

머리가 띵하다

유머의 수준이 내 뒤통을 호되게 갈긴다

나 보다 어리다는 생각으로 한참 아래라는 .......

아! 그녀의 나이가 오십에 가깝다는 걸 잊었구나

 

그녀는 지금도 왕따다

나는 어쩌다가 건넨 위로의 말 덕에

십년이 넘도록 그녀의 심심풀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