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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오리

jaye syo 2007. 11. 6. 00:32

제법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행운서점은 청계8가에 있어 교통편이 난감하지요

동대문을 향해 운동삼아 걸어서 청계천 물길을 따라 오랜만의 풍경을 감상합니다

팔뚝만한 잉어가 어느덧 올라와 터를 잡고

전에 두마리뿐이던 청둥오리가 열여섯마리로 늘어났어요

물에 둥둥 떠서 꽥꽥 대던 귀엽고 예쁜오리가 별짓을 다 합니다 

길을 멈추고 한참을 보아요

옆에선 허허 하는 웃음소리가 터집니다

 

- 걸레로 명품 부라우스를 만들려고 하는 꼴이지 -

원단이 좋아야 명품이 나오는 것이지 원단이 걸레인데 명품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혀를 찹니다

대선주자들을 힐난하는 표현치고 정말 탁월한 비유를 든 것 같습니다

낙동강에 오리알이란 말이 한때 유행하였지요

저 오리란 놈들의 행태를 볼라치면 청계천에서도 오리알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터덜거리고 서점안을 들어섭니다

미리 주문해 놓은 헌책을 챙겨 가격을 흥정하고 이리 저리 둘러보는데

허름한 조선시가선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척 들고는 이것을 사야겠습니다 하니 그거 비싼책인데요 합니다

- 얼만데요?

- 사십만원입니다 

그냥 구경으로 만족할 수 밖에요

 

무거운 책보따리를 들고 청계천을 거슬러 오리들의 유희를 한번 더 보고 사무실로 향합니다

인위적인 물길을 유지하기위해 일년에 수백억원이 든다던데

서울의 품위를 위해서인지 진정 시민을 위해서인지 저울질이 난감합니다